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세계 최대 열대우림인 브라질 아마존의 파괴가 보우소나루 대통령 치하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산림 벌채가 최근 4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뉴스를 텔레비전에서 봤다. 그들은 콩을 심기위해 산림을 훼손하고 있었다. 브라질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생산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한층 높이며 말하는 게 아닌가.


코로나19로 인해 지구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불어 닥친 이 재앙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포심은 날로 극대화되고 있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환경재앙을 섬뜩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재난과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 창궐이라는 위기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이 망쳐놓은 환경의 역습. 기후재난과 팬데믹의 시대에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공포. 이 책의 저자인 슈웨블린의 공포가 더욱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소설이 현실의 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슈웨블린은 아르헨티나의 무분별한 농약 살포와 그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피버 드림』뿐만 아니라 슈웨블린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적인 정서는 ‘두려움’(miedo)이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 고독에 대한 불안, 고통에 대한 공포, 소통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된다.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느끼는 두려움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를 슈웨블린은 이렇게 설명한다.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환경이다. 그래서 기묘한 것, 비정상적인 것, 위험한 것이 우리의 가장 작은 사회적 단위인 가족을 덮칠 때 모든 것이 훨씬 더 무시무시해진다.” 두려움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슈웨블린이 공포야말로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내재한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감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가족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가장으로서, 엄마로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에 어떠한 고통도 이겨내고 살고 있는 이 땅위에 부모들. 그들에게 삶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가족이 아닐까싶다. 동전의 양면처럼 앞은 뒤를 볼 수 없고, 뒤는 앞을 볼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가족이란 다치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끔직한 공포만 남아 우리를 괴롭힐 따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주제를 주도면밀하게 다루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며, 서둘러야 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일침을 놓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