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 채광석 서간집
채광석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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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옥중 서간집이다. 시인 채광석은 오둘둘 사건으로 수감된 채 지인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내용을 엮은 것이 이 서간집이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인생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서간집은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엄혹한 세월의 풍파를 이겨가며 비록 옥중에서이지만 책을 통해 사색의 지평을 넓히려는 그의 노력과 진념이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생활을 일치시키려는 그의 숭고한 정신이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서간집에는 많은 책들이 나온다. 그 중에 앎과 삶, 일차원적 인간등 수 많은 책들이 나오는데, 이 모든 책들은 그가 옥중에서 읽은 것이라, 그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정보를 인터넷에 검색해서 보니, 그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내면세계를 알지 못했기에, 오둘둘 사건을 비롯해서 과거 역사 공부를 하듯 정보를 획득하면서 그의 서간집을 읽으니, 그가 옥중에서 어떤 심정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었는지 어느 정도 실감이 갔다.

 

예술의 최고 경지는 고난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한 채 고독을 친구삼아 정신의 수련을 통해서 탄생하는 그 무엇이 아닐까싶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장소는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옥중서신을 보내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책을 읽고 사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글로 적어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낸다. 생각만으로도 감정이입이 되고 절로 숙연해지는 복잡한 감정이 든다. 우린 고전이라 불리는 많은 책들을 섭렵하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들은 과연 어떤 통찰을 했기에 후대의 우리에게 교감할 수 있는 감정을 일으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머리끝까지 치밀 때면 옥중서신을 넘어 무한 공간인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마치 어느 시인의 옥중서신을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이십대 풋내기로서, 그의 편지를 거머쥔 채 감동에 겨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요즘, 미얀마 군사정권의 쿠데타 때문에 온 세계가 시끄럽다.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도 군사정권의 군화에 시민들의 인권이 무차별하게 짓밟히는 경험을 했었다. 21세기에 겪는 미얀마 사태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이기도하다. 실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유엔이 하나로 결집하지 못하게 하는 실정을 보면서, 과연 인간이 우선인지, 정치가 우선인지, 아니며 국가이기주의가 우선인지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자못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감옥소에 갇히고 있다. 기회가 되면 그들에게 이 옥중서신을 보내서 그들이 마음에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그들에게 전해졌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들에게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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