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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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을 떠나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 순수하게 접근해본다. 작가의 정체성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것은 여기에서 논할 얘기가 아님을 밝혀둔다.(이러면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쓸 수 없으므로.)


소설을 읽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봤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비롯해서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저자의 글 솜씨가 부럽기도 하고 남달랐다. 기억 속 과거여행을 들추며 떠날 수 있게 만드는 문체에 그리움이 샘솟으며 자연스럽게 몰입 할 수 있었다. 한 문장, 한 문단 눈으로 쫓으며 시간에 몸을 맡겼다. 책장을 덮고 자다 깨어 읽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30년이 더 되었다. 부자지간에 정이라는 게 남아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책 여백에 내 생각을 적어나가면서 일말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언제 날아갈지 모를 기억이기에 무언가를 잡아놓고 싶었다. 거기엔 어떠한 불순물이나 과장이 없는 순수한 부자지간의 정이 글로 쓰여 있었다. 저자의 글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그 초췌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시간에 원인모를 감정이 솟구쳤다. 소용돌이 속에 함몰되면 이런 느낌이 들까.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실연의 맛을 보고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안타까운 마음과 상념에 빠져든다. 구체성을 띈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정작 그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나 또한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과연 그 애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술 먹고 쓰러져 울 때 애들이 나를 보았다면, 하는.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만약 애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아빠가 왜 저래. 뭐가 힘들어서 술에 취해 평소에 하지 않는 눈물을 보일까, 하는. 이런 질문이 쏟아지겠지. 소설 속, 아버지는 물끄러미 어떤 사물을 보다가 울고, 꿈을 꾸면서 잠결에 또 울고, 눈물이 많은 사람으로 비쳐진다. 삶의 무게를 혼자의 힘으로 짊어지기에는, 겉으로는 가장이기에 남들에게 말 못할 것이 많은, 어떤 한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이 땅위의 무수히 많은 가장을 대변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 내 자신을 비춰보니, 놀랍게도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하나가 되었다. 나 또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느낌의 소설이다.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생각할 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 말이다. 이 땅위에 모든 아버지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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