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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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슬픔이 오면 누구나 아프다. 죽음의 그림자가 일상에 먹구름을 몰고 온다. 그것도 갑자기 오는 슬픔은 난처하기 그지없다. 당황스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뚫고 나갈지, 긴 터널의 순간이 원망스럽기까지 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벌써 돌아가신지 30년이나 됐다. 이 책에서처럼 아버지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겐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일에 몰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점점 소홀해졌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틈은 영영 메꿀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픔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 사이는 벌어질 때로 벌어져 있었고,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었지만 남처럼 인식하며 살지 않았나싶다. 세월이 흘러 그때를 다시 떠올려본다. 아버지?

 

얼마 전에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1년 반 가까이 키운 이라는 고양이가 죽었다. 죽음은 갑자기 다가왔다. 예상치 못했고 준비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 우리 가족은 슬픔의 심연 속에 빠져 들었다. 지금도 새벽이 되면 이가 옆에 있는 것처럼 그 빈자리가 허전하다. 알람시계처럼 여섯시가 되면 침대로 올라와 두 발로 내 목에 기대면서 나를 깨웠다. 하물며 동물도 이럴진대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것도 가족의 한 사람이라면 상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소홀해진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아직까지 이런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은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틈새를 조금씩 메꿔갈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삶과 상실에 관한 고찰, 노년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든 감정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둘 잃어가며 언젠가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이라는 운명의 무게를 실감하고 중년이 되어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저자의 진솔한 고민이 담겨 있다. 여든둘의 나이에 세 번째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이언 맨처럼 힘있게 누구보다 활기찬 일상을 보내는 아버지 앞에서 저자는 나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서서히 버리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아버지와 관을 만들면서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죽음이 찾아오길 기다렸다는 사실을 저자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모든 사랑을 베풀었던 어머니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늙어감과 죽음이라는 운명에 초연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차츰 죽음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매일 살지만, 매일 조금씩 죽어 가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떠난 후에도 곁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우리를 살게 한다. 이 느낌은 소중한 이를 떠올릴 때마다 각별한 마음으로 되살아난다. 영혼의 집짓기는 삶뿐 아니라 죽음도 함께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고 오은 시인은 이 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오은 시인의 말처럼 아버지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볼 수는 없지만 매 순간 느껴지니 말이다. 삶에 겨웠던 아버지, 이제 편하게 지내세요. 저도 잘 살게요.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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