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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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우리는 늘 이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집에서 자거나, 눈 뜨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전철로 이동하거나,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공간 안과 밖에서 공간과 건물을 보며 느끼며 살아간다. 일상 속에 뿌리박혀 있는 공간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체화된 인지로서의 공간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육감으로써 디자인 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의 길거리와 건물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북촌이나 청계천 또는 인사동이 그것이다. 새롭게 디자인 된 그곳을 가보면 마음이 설렌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 미의 감각이 잘 어우러져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공간과 하나가 된 우리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체화된 인지로서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지나치지 않음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을 자주 찾게 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활기를 느끼려면 시장을 가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럼, 행복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줄 책 공간으로 떠나보자. 유년기를 행복하게 보낸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릴 적 살던 곳에 반드시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뇌를 연구하면서 새롭게 밝혀진 내용으로, 개인이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기억들은 모두 장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지신경과학과 환경심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활용해 방, 건물, 도시 광장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우리가 형태와 패턴, , 색상, 소리, 질감 등에 보이는 반응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후에는 건물 밖으로 눈을 돌려 아테네의 파르테논,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프랑스의 아미앵 대성당,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 파리의 뤽상부르 정원, 베이징의 798 예술구 등 세계 최고와 최악의 건물, 조경, 도시 경관으로 안내한다.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눈높이에서 찍은 것으로 선별한 150장이 넘는 멋진 사진과 함께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왜 휴가지로 자연친화적인 장소를 고를까?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의 정서가 좋다는 것이 사실일까? 천장이 높은 곳에서 정말로 창의력이 샘솟는지, 왜 수업을 받았던 교실에서 시험을 보면 결과가 더 좋은지, 그동안 은연중에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고 새롭다.

 

이 책은 인간을 배려하지 않은 건축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문제제기를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 환경과 건축 환경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심지어 건축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를 인지신경학적 근거를 들어 제시해준다.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공간 디자인은 복잡하고 어지럽게 개발된 건물들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훨씬 더 행복하게, 더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인간과 건축 환경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유년기의 동네어귀에서 보낸 장소를 떠올려보며 이 책을 읽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친구들과 잣 치기를 하면서 땀 흘리며 즐겁게 뛰어논 후, 공간과 시선의 끝에 반쯤 걸려있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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