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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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일탈은 있다. 하지만 그 일탈에 어떤 사건이 휘말려버리면 그땐 얘기가 달라진다. 누구에게나 잠깐의 실수가 독사처럼 발목을 무는 순간처럼 말이다. 다시 원상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그 나락의 끝이 어디일지 그건 아무도 모르게 된다. 여기에, 이 소설은 자신 또는 타인의 과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공원에서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는 맘들이 포도주를 걸치면서 일탈에 대한 작당모이를 한다. 그들은 5월 맘이라는 모임의 회원들이다. 이름답게,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앳된 새댁들이다. 모르면 가장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경험이 없는 그들은 스스럼없이 용감한 결단을 하게 된다.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할 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 일탈의 결과로 그들에겐 자격 없는 엄마들이라는 딱지가 붙으며 여론의 뭇매를 맡게 된다. 그것도 여태 상상도 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돌팔매질을 당한다.

무더운 7월 어느 날, 엄마들은 동네 술집에서 간단하게 한잔하기로 한다. 틀에 박힌 육아에서 벗어나 아기를 잠시 남편이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하룻밤 기분 전환 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싱글맘 위니의 아기가 그녀의 집에서 베이비시터가 잠든 사이 요람에서 증발한 듯 사라진다. 그리고 아기를 잃어버린 위니가 20년 전 유명 TV 드라마의 주연 배우이자 하이틴 스타였다는 사실과, 아기가 사라진 그날 밤, 아무것도 모른 채 술에 취해 웃고 노래 부르던 엄마들의 사진이 뉴스 1면을 장식하면서, ‘자격 없는 엄마들’이란 꼬리표가 붙은 악몽이 시작된다.

이 악몽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위니의 입장에서 보면 자격 없는 엄마들이라는 여론보다 아기를 잃어버린 자책감과 상실감에 더한 고통이 없었을 것이고 이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5월 맘들의 동지들이 있었다. 작가는 이에 부흥하듯 소설 속에서 여성 간의 연대를 보여준다. 위니의 고통에 공감한 세 엄마는 각자의 자리에서 단서를 모으고, 조각나 있던 단서들을 짜 맞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정의가 다가가면 진실은 열리게 되어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 반전에 번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범인이 과연 누구인지 찾아보길 바란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소설 역시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천착해온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르포르타주를 방불케 하는 현장감이 어우러져 있다. 육아휴직, 상급 권력자와 부하 여직원의 미투, 낙태 등 여성의 삶에 직면한 사회적 이슈를 적절하게 녹여낸 결과, 엄마들을 짓누르던 실체 없는 공포는 점차 공권력과 언론, 사회의 편견이라는 얼굴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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