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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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중, 인간의 윤리와 존엄에 대한 불평등은 가장 근본적이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아닌가싶다. 하지만 이는 침묵으로 대처하거나 초능력을 발휘해서 무마해버리면 안 되는 삶의 근본 조건들이다. 왜 근본 조건이라 하는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은 페미니즘 소설이다. 밑바닥에는 Me too(With you) 운동이 깔려 있고 그 위에 가령, 그루피, 자발적 해고(갑질과 무용의 양성평등), 미성년자 성폭력 등 조금 수위가 높은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Me too(With you) 운동으로 사회가 들썩인 게 바로 얼마 전이다. 연예인의 성폭력과 고위관료 등 특권계층의 성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바람 잘 날이 없는 (미사여구를 더 붙이면, 수치스러움을 넘어 파렴치하고 역겨운, 눈 뜨고 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이 사회적 빅 이슈는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그릇된 욕망,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 바로 통제하지 못하는 타락한 성 모랄 때문인 것이다. 성경책에서도 보면 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가 나오는데, 이 도시도 성의 타락으로 인해 신의 노여움을 사 불에 타버리는 끔찍한 구절이 나온다. 신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우리도 언젠가 신의 심판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겠구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오기까지 한다.

 

이 소설은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그녀들이 나온다. 눈먼 섹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의 얼굴을 캡처하는 여자’(장류진, 새벽의 방문자들), 무례하고 어린 남자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공장을 그만두는 ’(하유지, 룰루와 랄라),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연애라는 이름으로 섹스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미성년 ’(정지향, 베이비 그루피),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보라’(박민정, 예의 바른 악당), 선생들의 추행을 고발하기 위해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유미’(김현, 유미의 기분),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김현진, 누구세요?)가 바로 그녀들이다.

 

그 중에서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이나 김현진의 누구세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 여기의 섹슈얼리티란 보는 자의 성적 판타지를 소비하는 행위로 재현된다. 섹슈얼리티가 몸과 영혼을 통합하는 충만한 내적 경험이 되는데 실패하고, 지속적인 박탈감과 자기소외를 안겨주는 이유는 그것이 영혼과 자아, 그리고 몸 전체와 분리된 채 사물화된 몸의 한 부분에만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새벽의 방문자들에서처럼, 섹슈얼리티를 물다방이니 대딸방이니 풀살롱니니 미러룸이니 하는다양한 형태로 사고파는 곳. 혹은 보이는 자로서 느꼈던 공포감에서 벗어나 보는 자가 되기를 이행하는 미러링 소설 누구세요?에서처럼, 여성은 남성의 삶 한 부분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대상인 동시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섹스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곳. 이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다.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적어도 인간의 존엄성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수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악이 있으면 선이 있게 마련이고 늘 선이 이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악과 싸워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아니 쟁취해야만 한다. 그래야 소돔과 고모라 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 또한 선의 입장을 대표할 만한 든든한 무기가 될 터이다. 글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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