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여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소름이 돋는 소설이 드디어 나왔다. 예전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간담이 서늘했었던 경험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더위를 식히기에는 이만한 게 없을 정도였으니까.


우리는 왜 공포를 느끼는가.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악마, 즉 귀신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비종교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그냥 흘리는, 여름이면 응당 찾아오는 드라마의 한 종류, 또는 이벤트로 여길 수도 있다. 의뭉스런 긴장감이 초반부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두려움의 대상은 초현실주의 떠나서 늘 내 곁에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실은 꼭 밝혀지지 나름이다. 이 점을 잊지 않고 독서를 하면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한때는 석탄 채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폐광촌으로 남은 작은 마을 안힐. 그곳에서 다양한 사건 현장을 봐온 베테랑 경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 현장은 처참했다. 권총으로 자살한 여자의 시신은 정수리가 날아갔고, 주변에는 파리와 딱정벌레 떼가 득실거렸다. 그러나 이 사건이 ‘자살 사건’이 아닌 ‘살인 사건’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자가 자신의 아들을 망치로 내려쳐 처참하게 살해한 것이다. “아이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는 분간할 수 없는 시뻘건 곤죽만 남”을 만큼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여자는 벽에 피로 한 문장을 휘갈겨 썼다. 내 아들이 아니야. 그리고 이 한 문장으로 인해 가슴 깊숙한 곳에 비밀로 묻어두었던 20년 전 처참했던 사건의 봉인이 다시 열리게 된다. 그 사건이 일어났던 건 20년 전. 조 손이 열다섯 살 때의 일이다. 조와 친구들은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는 친구 크리스의 말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한밤중에 몰래 열고 만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간 그곳은 놀랍게도 어린아이들의 유골이 가득한 동굴 무덤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어린 동생 애니가 몰래 따라왔을 줄은. 동굴에서 뜻밖의 딱정벌레 떼의 습격을 당한 친구들은 허겁지겁 도망치려 하다가 쇠지렛대로 애니를 치고 만다. 애니는 죽었다. 조와 친구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48시간 뒤…… 애니는 상처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오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그리고 조의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었다.


굳이 결말이라고 말하자면,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 이면에는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자기 혼자 살려고 진실을 숨기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성격, 흉측한 인간의 본성을 이 책의 저자는 소설의 장치를 통해 말하려는 것이다. 거짓은 늘 들통 나게 되어 있고 거짓은 인간의 양심을 두근거리도록 만든다. 반면에 양심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람만이 떳떳하게 발 뻗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스릴 넘치고 박진감 있는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기분이 고조되었다. 스릴러 소설을 읽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