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세트 - 전2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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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세계인구 1위, 경제대국 2위,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 사회주의국가, 모택동, 대만, 만리장성, 삼국지 등.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나는 한국전쟁을 꼽았다. 그들의 인해전술로 의해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 국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역사의 흔적을 뒤져보면 고려인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일부였던 중국 땅. 그 만주벌판을 말 위에서 긴 수염을 휘날리는, 그것도 무겁고 예리한 장검을 휘두르는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먼지를 일으키며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중공군의 수많은 발소리가 뒤섞여 귓속에서 웽웽거린다.



우리와는 가까우면서도 먼, 중국. 그런 중국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저자가 유쾌하면서 객관적이고 간결한, 거기에다 꾸밈이 없는 그의 문체로 우리를 책 속으로, 아니 답사를 위한 여행길로 재촉한다. 그가 중국 대륙을 향한 장대한 발걸음을 내딛은 첫 기착지는 실크로드 도시 돈황과 그곳으로 가는 경로인 하서주랑이다. 그의 답사에의 로망으로 간직한 땅, 그런 그가 ‘중국 답사 일번지’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지도인 목차와 개요를 숙지한 후 간접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 그의 가이드대로 여행을 떠나보자.



먼저, 1권 ‘명사산 명불허전’은 주나라.진나라의 본거지이자 삼국지의 무대인 서안.관중평원에서 시작해 감숙성 하서주랑을 따라가며 만리장성을 만나고 돈황의 명사산에 이르는 여정이다. 먼저 진시왕의 아방궁과 삼국지 무대인 제갈량의 오장원과 읍참마속(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제자인 마속을 참수한)을 지나, 무려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하서주랑(달리는 회랑)을 거쳐 목적지이자 답사의 하이라이트인 돈황(하서사군 중 하나 - 무위, 장액, 주천, 돈황)에 이르는 길이다. 돈황 답사는 사실상 석굴사원의 답사라 할 수 있다. 즉, 서안에서 진시황릉, 병마용을. 천수에서 천년을 두고 조성된 옥외 불상 박물관인 맥적산 석굴을. 난주에서 황화석림과 병령사석굴을. 가용관을 거쳐 돈황에서 막고굴과 명사산, 월아천을. 유원과 선선을 거쳐 투루판에서 쿠우타크사막과 고창고성, 아스타나 고분군까지. 그리고 우루무치에서 천산전지를. 이중에 사람이 다닐 수 없는 벼랑에 선반을 매듯 인공 오솔길을 만들어 절벽 전체를 석굴로 굴착한 맥적산 잔도가 압권이었다. 여기에서 중국의 석굴과 우리의 불국사 석굴암의 차이도 알게 되었다. 거기에 덤으로 이백과 두보, 소동파의 시와 고사, 사마천의 사기와 삼국지의 주인공이 앞 다퉈 등장하며 장쾌한 여정이 이어진다. 돈황 명사산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2권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은 중국 불교미술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막고굴 곳곳을 살피는 한편, 그곳에서 발견된 돈황문서의 다난했던 역사를 담았다. 돈황의 도보자들인 오렐 스타인과 폴 펠리오 그리고 오타니 탐험대와 랭던 워너는 돈황문서의 유출에서 벽화의 파괴까지를, 무기징역을 산다는 각오로 들어간 돈황의 수호자들인 장대천, 상서홍, 한락연에서는 그들의 활약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크로드 답사를 기약하며 옥문관과 양관 등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하게 된다. 돈황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사막 동쪽 끝자락에 있는 실크로드(비단길)의 관문이지만 정작 돈황에서 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양관과 옥문관을 거쳐야 한다. 이곳이 실크로드 여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타클라마칸사막을 에둘러 가는 실크로드 답삿길은 대게 옥문관에서 하미, 투르판, 쿠차, 카슈가르로 이어지는 천산남로를 따라 행해진다. 이 사막에서 카라호토라는 곳을 처음 발굴한 코즐로프의 러시아 탐사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카라호토는 폐허가 말끔히 정비되어 있지만 사막 한가운데의 무너진 성채는 서하의 슬픈 역사를 능히 상상케 하는 대목이다. 투르판을 지도에서 찾아보니 서북쪽에 위치해서 서역으로 가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중국답사에서 로망으로 간직한 땅이란 저자의 말이 괜한 게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열망을 가지고 갈구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실과 함께, 광대하고 광활한 미지의 땅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한 번의 여행으로는 다 알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여유를 두고 곱씹어볼 요량이다. 누가 그랬던가, 여행은 감상하고 음미하는 게 중요하다고. 나도 이 책과 같은 답사기를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끝으로 여행과 답사는 좀 다른 듯하다. 여행은 눈으로 보면 그만이지만 답사는 여행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조사함’이라고 적혀있다. 이말 대로 답사기를 떠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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