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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박정호 지음 / 나무수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지루하고 단조로울 때,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할 때가 많아질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떠나지 않고서는 이 일상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지고 색다른 자극을 원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매번 여행을 떠날 수는 없기에 여행서를 찾아본다.
비록 직접 나의 몸으로 체험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여행에서 느낀 바를 같이 공유할 수는 있으니말이다.
이 책은 사실 나와 맞지 않았다. 저자의 글들이 나의 감성을 채워주지 못했고, 그의 글들과 사진이 그냥 눈앞에서 스쳐지나가기만했다. 책도 너무나 묵직하고 저자의 느낌과 생각보다는 여행한 곳의 역사나 사실들이 너무 지루하게 열거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중년의 저자이기에 관심대상이 달라서 그런가 그가 여행한 곳들의 이야기가 그냥 티비 속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성우의 목소리만 등장하고 영상만 끊임없이 바뀌는 그런 다큐멘터리 말이다.
나라와 지명만 나오고 세세한 여행의 정보들은 일절 제공되지 않는다.
다른 여행에세이에 잘 등장하지 않는 시리아, 요르단, 세네갈, 타클라마칸 사막은 조금 흥미로웠다.
새로운 곳의 배경과 역사, 현재상황 등 새로웠기에 조금 흥미를 끌었지만,
터키와 산티아고, 스페인은 여러 책들에서 접한 바 있어 똑같은 소재의 이야기만 나와서 그저 그랬다.
너무나 많은 여행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엮어서 그런지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저자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더 첨가하고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면 삭제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나와는 안 맞는 책이었지만, 사진의 느낌도 좋고 저자의 표현력도 좋으니 가벼운 여행이야기를 싫어한다면 중후한 느낌이 나는 이 책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