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을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기에 후속작인 <명탐정의 저주>도 유쾌할 것이란 생각에 읽어보았다. 하지만 전편의 그 밝고 유쾌한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진건지.. 이러고도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건지... 아쉽기만 했다. 그저 주인공으로 명탐정 덴카이치와 경감 오가와라가 등장한다는 점만 <명탐정의 규칙>에서 갖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솔직히 읽는 내내 작가에게 배신감이 들정도로 실망을 해서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소설가인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길을 잃고 갑자기 현실과 동떨어진 전혀 다른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이 세계는 역사도 없는 누군가에의해 창조된 듯한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는 이상한 마을이다. 이 곳에서 소설가는 갑자기 명탐정으로 바뀌어버리고, 밀실살인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쫓으며 본격추리에 빠지게 된다. 전작에서는 사건의 트릭들을 하나씩 까발리면서 재미를 준 반면, 이 책에서는 트릭이 아닌 사건의 동기와 내막들을 덴카이치가 추리해나가는 방식이어서 본격추리를 보여준다. 요즘의 추리소설은 비상한 트릭들을 선사하며 놀라움으로 재미를 주지만, 본격추리는 탐정의 놀라운 감과 추리력으로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덴카이치가 풀어내는 사건의 동기들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배경인 장소가 무척이나 신선하다. 밀실살인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마을. 이 마을의 비밀이 조금씩 풀려나가면서 덴카이치는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한다. 이렇게 뒷부분으로 갈수록 초반에 느꼈던 아쉬움은 사라지고 작가가 추리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여러 고뇌들과 하나의 추리소설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인만큼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거 같다. 작가가 다시 이 본격추리의 세계를 찾아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날이 어서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