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미나토 카나에의 신작이 나왔다. 나도 <고백>과 <속죄>로 그녀의 팬 대열에 합류하였기에 이번 신작이 너무나 반가웠다. 띠지의 "피해자는 아버지, 가해자는 어머니... 그날 밤 우리 집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란 문구를 보고 이번에는 한 가족 내에서 일어난 살인 이야기라.. 어떤 원인으로 사건이 일어났을까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아야카라는 소녀가 엄마인 마유미에게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소녀. 히바리가오카 근처의 명문 사립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지고 나자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어 ’언덕길 병’ 이 생기고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엄마에게 모든 것을 풀어낸다. 하지만 마유미는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당하기만 할 뿐이다. 당연히 이 소녀의 엄마가 딸의 히스테리에 질려 스트레스가 폭발해 모녀를 말리려는 아버지를 실수로 죽이는 내용이겠군 생각하며 읽어나갔는데 웬걸 이 엔도 가족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집의 다카하시 가족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들은 ’히바리가오카’라는 고급 주택가에 사는데 언덕 위에 있어 격차 사회를 보여주는 배경이 된다. 이 주택가의 엔도와 다카하시 가족 그리고 고지마 사토코가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녀만의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 문체로 이야기들을 끌어나가는데 전의 두 작품에 비해 강렬한 반전과 사건은 없었지만 살인 사건의 진실이 묻혀져 있기에 그 비밀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같은 다카하시 가족은 세 남매 모두 모범생으로 소문 나 있고 가장인 히로유키가 의사인 엘리트 집안이기에 살인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충격을 안겨준다. 재혼 가족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조그만 불씨가 되어 결국 준코와 신지가 언성을 높이게 된 그 날 준코가 게이스케를 죽이게 된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부분도 강한 임팩트를 안겨주지는 않지만 작품 내 인물들의 심리가 잘 그려져 있기에 그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들이 이해되기에 씁쓸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언어가 많은 것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너무 지나친 개입도 그리고 무관심도 모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백>의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시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미나토 카나에. 그녀의 다음 작품도 몹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