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를 걷다 - 시간도 쉬어 가는 길
최성현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동양의 산티아고라 불리는 일본의 순례길 시코쿠. 섬 시코쿠의 88개 사찰을 도는 1,200킬로미터의 순례길. 저자는 그 곳을 두 차례에 나눠 56일간 걸으면서 자연에서 배운 교훈과 길 위의 사람들에게 들은 여러가지 사연들을 책에 담아냈다.
순례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아니라 4개의 파트로 나뉘어 적혀있다. 하루 하루 길 위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풀어나가는 책들과 달리 테마에 따라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을 풀어내서 다른 책들과 조금 차별성이 느껴져 조금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순례길을 돌면서 점차적으로 깨달은 점이나 감정의 변화같은 것들을 알 수 없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타인의 이야기가 더 많이 적혀있기에 그렇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순례 수행은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비우게 되고 길 위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저자는 이 순례를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여러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독자인 나까지도 많은 것을 배우게 했다.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깨달음들도 얻게 했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라는 말만하며 살았지 실제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배부르게 살아왔구나 하며 자책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대한 감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연의 모든 것을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받기만 하고 살아왔다는 걸...
이렇게 당연하게 여기며 살다보니 지구는 점차 병들어가고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자원들도 고갈되어가고만 있다. 무엇이든지 감사하게 여기며 소중하게 사용해야된다는 걸 모르고 지내왔다니... 이런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도시가 아닌 산골에 사는 저자이기에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끼, 표착물, 바다거북 등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여러 문제들을 저자는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가 제기하는 그 문제들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잘못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라는 사실이라는 게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시코쿠에는 사찰을 돌며 수행하는 순례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순례자들을 위해 잠자리와 식사를 내어주며 수행을 하는 이들도 있고, 순례를 마친 순례자들이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주러 오는 오셋타이 수행을 하는 이들도 있다. 시코쿠라는 곳 자체가 수행을 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라 많은 순례자들이 모이는 것일까.
저자는 순례를 하면서 점차 오셋타이가 당연하다 여기며 받는 것에 대한 감사를 점차 잊어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항상 남에게 무엇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만 열의를 다하고 조그만 도움을 주는 것조차도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참 많은 가르침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순례자들의 이야기 하나에도 여러 가르침과 교훈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저자는 환경에 관한 문제도 이야기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하나의 책 속에 여러 가르침이 담겨 있어 책을 다 읽고 나니 수행을 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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