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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스페인의 대표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첫 소설인 이 작품은 저자가 시작(詩作)을 즐겨하는 작가라 그런지 시인이나 시에 관한 문학과 예술에 대한 표현이 가득했다. 한 남자아이의 성장소설이기도하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성장통같은 사랑이야기까지 한꺼번에 버무려진 작품이다.
"시는 가을날 오후에 모닥불이 피워내는 매우 맛깔스럽고 단순한 연기이고, 잠시 취하게 하다가 밤이 되면 이내 사라지는 연기다." p.24
원작 자체가 매끄럽지 않아서 그 느낌을 살리고자 번역을 부자연스럽게 한건지 아니면 번역이 이상하게된 건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읽어나가는데 상당히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번역자체가 부자연스러운 곳도 꽤 되고 편집(작품의 본래의 느낌이 정돈되어있다는 느낌보다 두서없게 마구 흘러가기에 이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저 남쪽이라는 곳의 따뜻한 이미지를 잘 나타내는 듯한 노란 색감의 표지만 맘에 들 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하노는 고등학생 남자아이다. 집이 북쪽지방이지만 남쪽지방의 기숙학교에 다닌다. 학교에서 여러 문학작품들을 읽고, 방송실에서 틀어주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디아나에게는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약간의 구속이 있는 학교이기에 친구들과 금지령을 어기기도 하고 주말에는 여자친구인 디아나와 함께 보내면서 보통의 아이들처럼 일상을 보낸다. 문학회에 들어가 연극을 준비하면서 교수님의 부인인 마르타에게 점차 끌리며 두 여인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아마 두 얼굴을 지녔다는 야누스의 이름에서 따온 하노란 이름에서 이러한 암시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방학을 맞아 북쪽의 집으로 다시 갔을 때 그는 그전과 자신이 달라졌다고 느끼고 사겨왔던 친구들을 멀리하고 남쪽의 학교의 친구들과 디아나를 찾게 된다. 겨우 계절이 하나 지나갔을 뿐인데도 하노는 내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음을 보여준다.
마르타에게 끌리면서 디아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전과 달라지자 그녀와의 약속도 저버리게된다. 결국 디아나가 세상을 떠나자 그 죽음으로인해 하노의 안에 있던 무언가 터지게 되고 하노는 결국 다시 자신의 원점인 북쪽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노가 남쪽에서 보낸 일년을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문체로 풀어냈는데, 익숙치않은 스페인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읽어나가기가 조금 버거웠다. 하노의 성장소설이지만 나의 청소년 시절과는 다르게 좀 더 사색적이고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