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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인생
지현곤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1학년때 척추결핵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되어 학교를 중퇴하고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채 독학으로 배운 그가 그저 시간 떼우기로 그렸던 카툰이 상을 받게 되고, 사람들에게 점차 알려지면서 전문적인 카투니스트로 활동하게 된다.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 또한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그가 그저 대단하다.
한글도 독학으로 익혔던 것처럼 그림도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니... 이게 바로 편견이라는 걸테지만 그의 그림보다는 작가인 그에게 마음이 더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인 지현곤씨는 팔을 벌리면 닿을법한 자그마한 방에서 삶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몸이 불편하기에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그가 방 안에서만 지내기에 자그마한 창으로 보이는 달은 그의 동경의 대상이다.
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는 그에게 달은 뜨고 지고, 차고 이그러짐을 반복하며 계속 탄생하고 소멸하듯이 변화하기에 그는 달을 좋아한다. 달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고자 망원경도 구비하고 있는 그. 달을 얼마나 좋아하고 동경하는지 그의 글 곳곳에 그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작품에는 달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작품이 아닌 모두가 동감할 수 있는 작품이여야하기에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일까... 보편적인 의미만을 담아야되기에 자제했다고 하지만 예술이라는 건 작가의 생각을 담아내는거니 그가 좋아하는 달이 자주 등장해도 되지 않을까... 그가 그냥 그림을 보는 우리들은 생각하지말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또한, 그의 카툰에서는 방주가 자주 등장한다. 방주를 사용한 작품이 12편이나 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이 소재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방주는 그에게 어떠한 의미이길래 방주를 많이 그리는 것일까. 방주는 하나님이 물의 심판을 내릴 때 그것을 피하고자 노아가 전세계의 동식물을 한쌍씩 넣은 배를 말한다. 그의 글들을 보면 종교적인 의미로 방주를 그리는 건 아닌 듯 하고, 구원과 연관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이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를 말하는 것일까. 그의 글을 찬찬히 읽어봐도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저자의 일상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작품인 카툰에 더 눈길이 많이 가는 책이다. 그의 글보다는 그림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더 많은 걸 얻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