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크리스 - 거울 저편의 세계
코넬리아 푼케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집어든 판타지 소설. 십대때는 주구장창 판타지 소설만 읽고 지냈는데, 이십대가 되고나니 왠지 판타지는 학생들이나 읽는 분야인 것 같아서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환상보다는 현실을 바라보며 살다보니 신비하고 모험이 가득찬 가공의 이야기를 즐겨하지않게 되고 그러다 가끔씩 현실이 너무나 힘들때 환상의 세계를 도피처 삼아 판타지 소설들을 찾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힘겨운 일이 많이 찾아와서 도피처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이 책이 나를 찾아와주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처음 책을 봤을 때 크기에 놀라고 두께에 놀라고 책 표지의 무서운 얼굴에 놀랐다. (나중에서야 고일이 된 빌의 모습이라는 걸 알고 신기한 생각만 들었다.) 펼쳐보니 예상과 달리 글씨가 커서 두께로 인해 놀랐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잘 읽히는 판타지 소설이라도 분량이 많으면 좀 힘겨운데 글씨가 커서 그런지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거울을 매개체로 현실의 세계와 거울 저편의 세계를 이어주고있는 이 소설은 레크리스 가의 모험담으로 가득 차 있다. 제이콥의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후, 아버지의 방에있는 거울을 통해 저편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걸 알아챈 제이콥은 모험을 시작한다. 제이콥이 저편의 세계에서 어떤 모험을 경험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고, 갑자기 12년 후로 훌쩍 넘어가버린다. 그 사이 제이콥은 유명한 보물 사냥꾼이 되어 있고, 제이콥의 동생 빌은 검은 요정의 저주를 받아 몸에서 비취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동생을 고일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험담이 이 소설의 중심이야기이다.
제이콥은 동생을 위해 무대뽀로 전진하기만 하고, 빌은 너무나 순종적이다. 모든 걸 형에게 맡기고 자신은 노력하지 않는다. 빌의 여자친구인 클라라는 걱정만 하고, 빌의 곁에 머무르기만 할뿐 큰 도움은 되어주지 못한다. 제이콥을 따라다니는 여우는 항상 그를 걱정해주고, 제이콥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빌을 되돌리기위한 모험이야기이지만 너무 제이콥에게 무게가 쏠려있어 여우를 제외한 두 인물은 이야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조금 더 그들에게도 역할을 부여해주었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을텐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

한 권의 책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해서 그런지 이야기가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친절한 설명도 없이 그냥 이야기를 마구 들려주고 독자가 그 속에서 어떤 세계인지 판단하라는듯이 제이콥의 모험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금은 배경도 설명해주었으면 좋을텐데... 이러한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차 초반에는 책 속으로 푹 빠지기가 힘들었다. 

이 책에는 자라면서 많이 들어본 여러 동화가 언급된다. 동화의 소재(개구리 왕자의 황금공, 라푼젤의 머리카락 등)도 언급되고 그 소재로 위기상황을 탈출하는 등 숨은그림찾기처럼 책 속의 동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언급되는 동화 중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공주가 왕자의 키스를 받지 못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바스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클라라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가져다주었고, 혹시나 빌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안겨주었다.

고일족과의 전쟁으로 황폐한 세계. 거울 저편의 세계도 우리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새로운 세계가 낯설지않게 느껴진다. 요정과 고일 등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지만 욕심으로 가득찬 이들과 그저 무력의 힘밖에 모르는 이들로 가득찬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너무나 닮아있어 현실의 도피처로 삼으려했던 내게 허무와 씁쓸함을 주었다. 
빌이 원래의 몸을 찾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제이콥의 모험이 끝나지 않았기에 후편이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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