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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여행 - 장기배낭족 모모리의 417일간의 유라시아 횡단기
한미옥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학을 나와서 남부럽지않은 회사에 들어가 주위에서 엄친딸로 불리었을 저자가 30대의 적지않은 나이에 회사에 무작정 사표를 던지고 장기배낭족이 되어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온 그녀.
누구나가 다 부러워할만한 길을 걸어온 그녀가 떠나고 싶다는 열정 하나만을 갖고 불확실한 미래를 떠안고 긴 여행을 다녀왔다.
타인의 입장에서는 참 무모한 도전이라고 냉대받았을 그녀가 나는 왜이렇게 부럽게만 느껴지는지...
항상 떠날 수 없는 이유만 손꼽으며 지내왔는데 나도 이제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봐야겠다.
417일간의 기나긴 여행의 기록이지만
그녀가 여행지에서 만들었던 인연에 관한 이야기도 좋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도 사이사이 들어있어서 너무 좋았다.
공감가는 글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제껏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포스트잇을 붙여본 게 처음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딸의 여행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쥐어준 10만원.
그 돈으로 공항 갈 때의 톨게이트비와
다시 귀국해서 이용한 공항 버스비를 그 돈으로 사용하고
어머니가 쥐어주신 돈으로 유라시아 횡단을 했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미소가 지어졌던 부분이었다.
내게 있어서 장기여행은 5주간의 어학연수로 뉴질랜드를 다녀왔던 적 한번뿐이다.
친구들과 같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한국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13개월동안 혼자서 여행을 하다니 그리운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의 여행은 그녀의 여행에 명함조차 내밀기 민망한 짧은 여행이지만 그녀도 분명 외로움에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그 곳에서 소중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여행에서 그 깨달음을 얻었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조급함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소중한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여행 준비요? 세계 지도 한 장과 풍선 크기만 한 용기만 있으면 돼요. 참, 나침반은 필요없어요. 당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되니까요. p.346
여행에 필요한 것이 용기라는 것에 정말 공감이 간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 있을 때 소심한 A형을 자랑하는 나도 여행을 즐기고 올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다. 괜히 돈과 시간만 버리고 오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설레임보다 걱정과 불안감만 가득했었다. 겨우 조그만 용기를 내서 떠난 여행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용기도 나지 않아 무조건 지도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여행지를 찾아다녔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떨 때는 지도조차 없어서 무조건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가기도 했었다. 이렇게 한 두번 여행을 해보니 어느새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용기만 있다면 여행 준비는 끝!!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여행.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쳇바퀴 돌듯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서 생각의 틀도 넓어지고
나를 사랑해주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떠나 그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여행.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이란 어떤 것을 안겨주는지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이제 슬슬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세상 속으로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