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 서른 살 오핸로 혼자 걷는 1,400km
김지영 지음 / 책세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제목만 딱 보면 무슨 제목이 이래? 하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나마 일본에 관심이 있어서 시코쿠가 일본 4개 섬 중에 하나라는 건 알고 있어서 단순한 여행기일거라고 짐작했는데.. 왠걸 단순하게 즐기자는 여행이 아니라 옛부터 죽음의 섬이라 알려진 자그마한 섬 시코쿠 순례여행이었다. 시코쿠에는 4개의 현이 존재하는데 곳곳에 퍼진 88개의 사찰 총 1,400Km에 달하는 순롓길을 걷는 수행을 의미한다. 산티아고의 순례의 길을 걷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다. 시코쿠를 순례할 때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지고 하얀 옷을 입고 곳곳에 새겨져있는 표식을 따라 순례를 하는데 옛날에 병에 걸려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 여행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개인의 여러가지 이유로 오핸로가 찾아온다고 한다. 대개 기간은 1개월 반정도. 현으로 나눠서 단기간씩 순례를 하기도 하고 한번에 다 돌기도 하는 등 책을 보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걷는 순례자, 자전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순례자도 있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저자가 88개 사찰을 돌아다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인생사와 여러 이야기를 담아냈다. 중간중간 미니 인터뷰도 들어있어 정말 한편의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도와주는 조감독 니나가와 씨의 엉뚱한 모습도 유쾌하고 오핸로들을 위해 무료숙박업소나 오셋다이를 주는 등 시코쿠 주민들의 보상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오핸로 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사연들. 지금까지의 자신에서 벗어나고자 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 순롓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여행이 끝났을 때 커다란 변화는 없겠지만 그에 맞설 용기만 지닐 수 있다면 그들의 순례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난 언제나 뭔가를 잃어버리진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것은 사실 모순이었다. 나는 가질 수 있는 것에 망설이며, 없는 것을 잃을까 두려워했다. 대체 무엇을 잃어버린단 말인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꿈밖에 없는데, 단순한 사실 하나를 인정하는게 어려워 여기까지 왔다. 아무것도 없는 내겐, 잃어버릴 것이 없다. 난 그냥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가면 된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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