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집. 사소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60가지의 소재를 글로 엮은 책으로 한장 내지 두장 정도의 짧은 글이어서 짜투리 시간에 조금씩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이 책을 보는 내내 친구와 수다를 떤 기분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또는 그녀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들을 소재삼아 짤막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또 다르게 표현한다면 누군가의 일상을 훔쳐본 느낌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어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형식적으로 검은 글자를 죽 읽어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참 좋아하는데 사실 이 산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작가에 대해 알고싶은 호기심 때문에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어떠한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확 끄는 무언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한 문체덕분에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리본을 좋아하고, 뭉뚝한 연필보단 한결같은 샤프펜슬을 좋아하고, 배불러도 완두콩밥은 꼭 먹을만큼 너무나 좋아한다는 그녀. 그리고 요즘에 초등학생들 외엔 사용하지 않는 책받침을 사용한다는 게 참 특이했다. 그녀의 사소한 비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