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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쿠스 -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야기
임영익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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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I 입문 교양서


 AI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AI를 소개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최대한 수식과 같은 어려운 내용은 배제했다. 인공지능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인공지능의 작동원리는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인공지능이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사례를 첨부해, 독자가 인공지능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노력했다. 설명을 위한 도표와 그림 이외에도 집중을 유도하는 그림이 중간중간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인간은 생존, 삶과 관련된 미래를 궁금해한다. 문제는 미래가 불확실성의 세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다.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방법은 종교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전지전능한 신을 창조하고, 이에 기대어 불안감을 해소해왔다. 인공지능 또한 같은 이유로 만들어졌다. 과학의 발전으로 종교가 맡았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다. 많은 인공지능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같은 방대한 자료와 수식을 통해 근시일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찾아낸다. 인공지능이 이런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인간의 반복성이 있다. 우리 인간은 '습관'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반복을 좋아하기 때문에, 행동이 하나의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라는 속담처럼 특정 행동에는 높은 확률로 다른 특정 행동이 이어진다.1 인공지능은 우리가 찾지 못한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인간의 존엄성, 좀비지능인 인공지능


 이 책을 읽은 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세간을 휩쓸었던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이 과장이었음을 깨달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대중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음을 걱정했다.2 하지만, 저자는 인공지능은 좀비지능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윤리적 판단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능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지능은 지각지능, 언어지능, 추론지능, 메타지능 등 기능에 따라 세분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영유하는 총체적인 '지능'이 아니라, 일부 지능만을 담당한다. 지각지능으로 인공지능, 언어지능으로 인공지능처럼 기능이 한정돼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없다. 명령에 따라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할 뿐, 인간처럼 스스로 이유를 찾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는 도구일 뿐이다. 인공지능으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필시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인간이 문제다.


 영화 [터미네이터] 명장면 중 하나를 뽑으라면, 영화 마지막 여주인공을 대신해 용광로에 빠진 로봇 터미네이터가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이다.

3

 이 장면은 '인간의 존엄성'을 시사한다. 어떠한 것도 인간보다 우선시 될 수 없음을, 인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태생적으로 존중받고 대우받을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그런 인간을 넘는 윤리적 존재가 될 수 없다. 그저 도구와 조언자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는다고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부엌칼이 사람을 죽이는 데 이용될 수있다고 규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복지를 증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훌륭한 책을 읽을 기회를 준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에 감사를 보낸다


  1. 이를 통계학 용어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라고 한다. 상관관계는 한 변수와 다른 변수가 연관성을 보이는 것이며, 인과관계는 한 변수가 다른 변수의 원인이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2. 영화 [메트릭스]나 [터미네이터]가 대중이 인공지능에 공포를 느끼도록 한 1등 공신일 것이다.
  3. 출처 : https://media.giphy.com/media/7TtvTUMm9mp20/giphy.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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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 당신이 지금 궁금한 '요즘 평양'
정재연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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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평양 여행기


 북한을 좋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다. 친북 성향의 평양 여행기는 어떻게든 북한 체제를 좋은 방향으로 포장하려 하는데1, 이 책은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저자는 여행 당시 느낌을 필터링하지 않는데, 책을 읽다가 웃게 만드는 재치와 무슨 느낌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촌철살인이 많다. 북한의 과자를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하거나, 소주 맛이 병원 소독약 맛이라고 하는 등의 표현력이 뛰어나다. 저자의 생생하고 솔직한 표현이 독자가 간접적으로 평양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2


사람 사는 곳, 평양


 저자는 북한의 감시 체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관광객을 감시하는 가이드, 자유롭게 거리를 노닐 수 없고, 사진을 맘에 드는 대로 찍을 수 없으며, 찍은 사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 검열, 제보를 통해 일반인을 감시자로 만드는 북한 사회를 느낄 수 있다. 독재자 김정은 아래 노동당 일당독재체제인 북한은 미셸 푸코의 패놉티콘(panopticon)을 그대로 재현했다.


 학생 때 다양한 경제 이론을 접해 시야를 넓히라는 교수님들의 뜻에 따라 마르크스주의 등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호기심으로 공부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 비주류로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 덕에 '시장'이라는 가상의 신을 만들어 모든 문제를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설파하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허상을 깨달았다.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자본가가 어떻게 노동자를 착취하는지 설명하는 마르크스의 주장에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사회주의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그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느꼈다.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학문이 종교가 됐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이 책은 그 깨달음을 상기시킨다.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걸었으면서, 모든 사람이 평양에 살 수는 없다며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핑계로 평양 이외 지역민은 차별하는 북한 체제의 모순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군인 시절 DMZ 내 GP에서 동기들과 주적을 북한 주민을 포함한 북한 전체로 봐야 할지, 북한 주민은 별개로 하고 북한 정부를 주적으로 해야 할지 논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둘을 별개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대다수가 의견에 동의했다. 내 의견이 옳았다는 것을 이 책이 밝혀준다. 평양은 극악무도한 빨갱이의 세계가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이다. 웃을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우리의 가족이 사는 곳이다. 독재자를 열렬히 찬양만 할 것 같던 평양 시민은 사랑하고, 행복을 찾는 그저 사람이었다. 잘못은 북한 독재 정부가 했지, 북한 주민은 그저 살기 위해 순응한 것뿐이었다. 여기서 통일3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독재정과 사회주의에 적응한 북한 주민에게 갑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의 도입은 또 다른 혼란과 공포다.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월북하는 탈북자가 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천천히 하나 됨을 추구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시류가 통일에 기울면, 평양 시민은 기꺼이 거리로 나올 것이다.


 우선, 북한 독재 정권이 잠가놓은 폐쇄사회부터 열어야 한다. 우선 교류하고 소통4해야 통일에 대한 답이 나오지 서로 적대만 해서는 답이 없다. 다만, 김정은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권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게 걱정이다.


 무엇이 됐든, 어떻게 됐든, 언젠가 저자의 바람처럼 자유롭게 평양을 오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통일만 되면, 평양의 안학궁과 개성의 만월대를 반드시 견학5하리라!

  1. 한겨레 기자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읽어보면, 친북 성향의 여행 작가가 어떻게 북한 체제를 포장하려고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2. 영국 잡지에서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평한 적이 있었다. 직접 둘 다 먹어본 저자는 대동강 맥주의 맛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로 우리나라 맥주보다 맛있는가 보다. 이 책을 읽고 궁금해서 대동강 맥주 구매처를 찾기도 했다.
  3. 대한민국 헌법과 국적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반드시 응징해야 할 적이지만, 북한 주민은 우리가 반드시 보듬어야 할 대한민국의 주권자다. 대한민국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자와 끄나풀들을 가만히 둔다면, 대한민국은 존속 이유가 없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통일은 포기해선 안 될 국가 목표다.
  4. 인터넷에 통일이라는 목표에 함몰돼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독재자 김정은을 으니라며 좋게 포장하는 파렴치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보인다. 심지어, 복지부 장관까지 한 유력 정치인까지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위해 경제 성장을 목표로 노력한다는 뇌피셜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그런 행동은 지금도 억압받는 북한주민, 북한으로 인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5.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고구려의 정궁인 안학궁과 고려의 정궁인 만월대는 황량한 터만 남아있다. 역사적 기록엔 중국 사신조차 부러워하던 화려한 궁궐이 못된 후손 만나 고생하고있다. 통일되면 반드시 복원을 위한 자금을 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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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대체 뭔가요? - 세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간결한 자본주의 설명서
조너선 포티스 지음, 최이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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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자본주의 설명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을 위해 되도록 중립적인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여러 경제 개념을 소개한다. 책 마지막에 간략한 용어 설명을 수록해놓는 등 최대한 어려운 내용을 배제하고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경제 개념만이 아니라 경제사상도 소개하는데, 마르크스와 피케티 같은 좌파 경제학자부터 프리드먼과 하이에크 같은 우파 경제학자까지 골고루 경제사상가의 주장을 요약한다.1 


자본주의란?


 누구나 쉽게 자본주의를 거론하지만, 자본주의의 정의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도록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진보 학자에게 그 자본주의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Capital, 資本)'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자본의 정의는 정말 간단하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즉, 재산 그 자체가 자본이다. 자동차같이 직접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실물자산과 주식같이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금융자산으로 자본은 이루어져 있다. 이런 자본이 무엇을 하기에 자본주의(Capitalism, 資本主義)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일까?


 여러 학자가 자신의 견해에 따라 자본주의를 정의하지만, 가장 그럴싸한 정의를 한 사람은 철학자이면서 좌파 경제학자인 마르크스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는 제도'라 정의한다. 그렇지만, 현대 공기업처럼 모든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저자는 자본주의를 '생산수단을 일부라도 개인이 소유하는 제도'로 정의한다. 이 정의가 현대 자본주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생산수단'이다.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면,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Communism, 共産主義)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자본주의


 운동권을 비롯한 좌파는 자본주의를 강력히 비판한다. 그들의 비판은 일리가 있다. 자본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특히, 자본주의가 정치를 통해 기득권과 결속할 경우, 자본주의는 그 사회를 지옥으로 만든다.3 정치에 의해 정부라는 고삐가 풀려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기득권을 통제하는 데 실패하면, 축적이라는 재산권의 특성상 사회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결국 그 사회는 경직된다. 이런 현상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안정적인 자신인 부동산으로 투자가 쏠리는 등 사회는 경직됐고, N포세대라는 용어가 보여주듯 실업난과 경제난으로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쓰러졌다.


 그런 자본주의지만, 한발 물러서 바라보면, 자본주의 덕에 사회는 과거보다 '풍요'롭다. 과거에는 상류층만 누리던 담배, 자동차, 면 옷 모두 자본주의 덕에 누구나 이용한다. 경쟁 때문에 기업은 생산성을 개선하고 판매 가격을 낮춰 사치재를 보편재로 만들었다. 적자생존의 자연과 유사한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각 구성원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사회 전반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빈부격차는 증가했지만, 절대빈곤은 감소했다.


 자본주의가 발전과 폐단이라는 양면의 모습을 띠는 이유는 '생산수단을 비롯한 재화의 소유권'과 '치열한 생존 경쟁' 때문이다.


 발전은 항상 실패라는 위험을 수반한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자본주의의 금융 제도는 위험을 기꺼이 분담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 그 덕에 도전자는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그 새로운 시도로 사회는 발전한다. 치열한 경쟁이 비효율성을 개선한다. 뒤처지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생존 경쟁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은 매번 개선과 도전을 통해 앞서나갈 것을 강요받는다.


 자본주의는 사회 구성원의 피눈물로 발전하는 제도다. 과실을 아낌없이 나누고, 모두가 협력하는 이상세계를 과감히 거부한다. 생존욕, 정복욕, 차별욕 등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고 이를 이용하는 제도가 자본주의다.


 저자는 이런 양면의 자본주의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완벽하다고 강론하지 않는다. 반대로, 자본주의가 문제투성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재벌 같은 기득권 때문에 재분배에 실패하는 등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할 자본주의의 폐단을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여러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본 저자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도 자본주의만한 대안이 없다


  1. 경제 사상을 요약하고 자신의 견해를 첨하는 서술방식을 활용하는데, 각 사상가의 주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2. 학자까지 자본주의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내리기 힘든 이유는 자본주의의 형태가 너무나 다양하기 떄문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진보 학자는 형식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작금의 경제 체제와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것이다.
  3. 실제, 유럽과 미국에서 있었던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면, 자본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갔을 때 어떤 지옥이 펼쳐지는지 알 수 있다. 일할 능력도 없는 아동을 공장으로 보내고, 사람을 쓰다 버리는 도구로 간주하는 등 마르크스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괜히 탄생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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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탄생
마일즈 웅거 지음, 박수철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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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평전


 마키아벨리에 대해 시대적 배경, 주변 환경 등을 종합하여 조명한다. 그의 가치관과 사상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마키아벨리의 원전 [군주론]과 [로마사논고]을 읽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마키아벨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저서를 읽지 않았다면, 저자의 해설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드시 두 저서를 먼저 읽어보고 이 책을 접하기를 추천한다.


현대 재평가되는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 권모술수를 부리는)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마키아벨리가 현대에 재조명받고 있다. 현대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우리는 마키아벨리를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마키아벨리는 지극한 현실주의자다. 마키아벨리는 생전에 본인이 처한 현실에 맞춘 판단에 따라 처신하니, 때로는 지조와 절개가 없어 보이고, 여우처럼 얄팍해 보인다. 그런 그가 어떤 면에서 새롭게 비치는 것일까.


 과거 그를 비판하는 첫 번째 논조는 마키아벨리의 도덕성이다. 공화제를 열렬히 옹호하면서, 정작 [군주론]이라는 저서에서는 공화제를 몰락시킨 메디치를 찬양하고 있으니, 당시 세간의 눈에 얼마나 비겁해 보였을까. 두 번째 논조는 당시의 주류 관념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점이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시대는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던 시기다. 종교적 관념이 사람의 행동 양식을 결정했고, 정치 권력에도 반드시 준수해야 할 규범으로 간주하던 시절이다. 마키아벨리는 이에 과감히 도전했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위시한 국가 관념은 군주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덕목이자 규범이었다. 군주는 백성의 삶을 우선시해야 하고, 신하의 의견에 경청해야 하는 등 누구나 들으면 당연시할 도덕을 주된 논쟁거리로 삼았다. 지만 마키아벨리는 정치란 윤리 같은 철학적 차원이 아니라, 때로는 약속을 어기기도 하고 배신도 하는 '현실'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마키아벨리는 착하기만 한 군주는 국가에 재앙이라며, 때로는 독재자처럼 강력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 국가에 득이 된다고 하는 등 시대적 규범에 반기를 든다.


 마키아벨리 이전 정치사상가들은 현실에서의 정치가 아니라, '선(善)'을 비롯한 철학적·관념적 세계의 '이상적인 정치'만을 생각해왔다. 마키아벨리는 여기에 벗어나 지도자가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정치 공학을 세상에 선보인다.


 마키아벨리가 재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서 나온다. 현대에는 많은 역사가 축적됐다. 동서양의 많은 정치사상가가 끊임없이 설파해온 권력자의 선(善)은 추상적인 관념일 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인은 역사라는 경험을 통해 이제는 '완벽한 이상세계는 존재하지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성(聖)을 중시해 명분과 도덕에 얽매인 지도자나 제도는 국가를 쇠퇴시키거나 몰락으로 이끌었다. 반대로, 성(成)을 달성했지만, 부도덕한 경우가 많다. 역사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두 성(成, 聖)을 모두 가진 이상적인 국가나 지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상'이나 '도덕' 같은 관념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국가를 위해서는 때로 정당하지 못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해야 한다고, 오히려 그것이 더 '옳은 것'임을 설파하는 마키아벨리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키아벨리는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을 추구하던 근현대의 시작이다.


조선의 성리학과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에서 공화제를 수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한반도에는 성리학이 꽃피고 있었다. 조선의 성리학은 마키아벨리 이전 유럽의 정치사상처럼 추상적 관념인 '이(理)'와 '도(道)'를 연구하는 학문이자 종교다. 여기서 조선이 왜 유럽에 뒤쳐진 지 알 수 있다. 조선은 경연(經筵)같이 왕이 정치를 배우는 공간조차 왕도(王道) 같은 관념적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서양은 마키아벨리처럼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를 바라본다. 단순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이 변화가 역사를 갈라놓는다. 서양에서는 추상적인 철학의 세계에서 벗어나 실험을 통해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이 등장하고, 왕을 비롯한 모든 인간의 지위가 신의 영역에서 현실 세계로 내려온다. 이러한 변화로 서양은 세계를 제패한다. 국가의 문학·철학적 수준이 아무리 훌륭해도 눈앞의 총검에는 무력했다.


 수많은 성군과 뛰어난 지도자에게 도덕적 결함이 회자되듯이, 인간은 '이상'에 도달할 수 없다. 인간을 한 마디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야누스의 얼굴'이다. 인간은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적'이다. 인간은 선하기도 하면서도 '악'하다. 두 얼굴을 인간이 동시에 지닐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인간 스스로가 만든 하나의 관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인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상적인 정치가 아니라 현실적인 정치'를 이야기한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인간의 '본성'에 근거해 세상을 바라본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교훈을 전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자의 말에 현혹되지 마라


 훌륭한 책을 접할 기회를 준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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