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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1 - 전쟁의 서막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수(隋) 양제(煬帝)의 고구려 원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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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구려> 시리즈로 유명한 김진명 작가의 고수 전쟁과 을지문덕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저명한 소설가답게 문체가 깔끔하다. 술술 읽힌다. 하지만, 소설이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럽다. 여러 사건이 연결되지 못한 채 단절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사건의 전개가 너무 빨라 소설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순식간에 여러 중요 인물이 죽어 나간다.
저자의 말이나 띠지의 소개나 여러모로 고구려와 을지문덕을 중심으로 다룰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수(隋) 양제(煬帝)에 치중돼있다. 을지문덕은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아니라 보조역할이다. 천기(天氣)를 읽는 을지문덕은 신령스러운 능력으로 여러 트라우마에 미쳐버린 수 양제를 간단하게 물리친 신이다. 주인공은 오히려 수 양제다. 고구려의 비중이 너무나 작다.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다.
 | 한반도 방파제, 고구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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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를 크게 두 시대로 나누는 기준을 정하라면, 나는 과감히 발해 멸망을 들 것이다. 만주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 덕에 한반도는 이민족의 외침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투르크 계통의 거란과 몽골, 퉁구스 계통의 만주족 같은 이민족이 크게 발흥할 때마다 고구려와 발해는 든든한 한반도의 방패였다. 물론, 고구려와 한반도 남부의 전쟁이 있었지만, 다른 이민족처럼 파괴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구려와 발해가 멸망하고 한반도는 그대로 이민족에 노출된다. 만주족을 잘 통제하던 고구려와 발해가 사라지자, 만주족은 독자적인 역사를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반도의 수문장이 아니라, 한반도를 침략하는 이민족으로 돌변한다. 발해 멸망 이후 고려와 조선은 북방에서 내려온 이민족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다. 덕분에 한반도의 많은 문화유산이 소실됐다.
 | 한민족 최고의 영웅, 을지문덕(乙支文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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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는 한민족 최고의 영웅은 을지문덕 장군이라 했다. 을지문덕 하면 살수대첩과 수나라의 1차 원정 30만 대군, 2차 원정 113만 대군을 막아낸 영웅이다. 을지문덕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중국에 동화되어 중국말을 사용하고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오랑캐 국가라 폄하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한 을지문덕 장군은 단순히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을 능가하는 민족 수호자다.
안타까운 것은 고구려 자체 기록이 전해지는 게 없어 을지문덕 장군의 상세한 업적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을지문덕 장군의 성씨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디선가 고구려 정사 <신집>, <유기> 같은 당시의 기록이 존재하기를,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기를, 잊혀진 영웅들을 다시 살려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 을(乙)씨에서 을지문덕 장군의 업적으로 존경의 뜻을 담아 을지(乙支)씨가 됐는지, 고구려에 귀화한 선비의 울지(尉遲)씨가 을지(乙支)로 잘못 전해지는 것은 아닌지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