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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부럽구나 :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
목영만 지음, 윤두식 서예 / 책문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경(詩經)에 감정이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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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시경(詩經)에서 발췌한 50여 수의 시(詩)를 시대적 상황에 빗대어,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얼핏 보면 자연을 예찬하는 것 같은 시가 현실을 비판한다. 시 속에 담긴 상황을 상상하며 글로 풀어내는 해설을 보며 시경 속 숨은 의미를 바라볼 수 있다. 다만, 한학(漢學)에 익숙하지 않다면, 마디마다 보여주는 서예와 중간에 섞여 있는 한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방해할 수 있다. 또한, 퍼즐을 억지로 맞추듯 시를 해석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 예나 지금이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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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은 동주(東周) 시대부터 춘추전국시대 등 3000년도 더 된 민요를 모아놓은 책이다. 민요의 특성상 당대 민중이 느끼던 사회상이 담겨있다. 역사학자는 민요 속 감춰진 사회상을 통해 당시 사회를 분석한다. 그 분석 속에는 불평등, 차별, 범죄, 전쟁 등 현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현대 민중은 불평등, 불공정에 거리낌 없이 분노를 표출한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온다. 불평등, 불공정을 주제로 문학, 비평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기득권을 꼬집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공정한 모습을 잘못 보인 권력자는 실각했다. 현대 민중은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입한다. 그러나 시경 속 민중이 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많은 청년이 병역으로 끌려가고 있는 전쟁 중에 말끔한 비단옷을 입으면서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상류층을 보며 민중은 그들의 도덕성을 비판하지만, 직접 행위에 나서지는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한계를 넘으려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신분제의 한계로 과거 민중은 수동적이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많은 사람의 피가 흘렀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계를 넘고자 했던 민중의 시위인 민란(民亂)의 역사가 깊다. 하지만, 기득권은 민중이 한계를 넘어서도록 쉽게 용인하지 않았다. 사회에 참여하려는 민중과 이를 막으려는 기득권의 갈등을 통해 사회는 발전해왔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도 불평등과 불공정은 여전히 지속하는 문제다. 30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 차별은 인간은 해결할 수 없는 본능의 문제인 것일까. 지식은 전달되도 지혜는 전달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다. 3000년 전에도 저지른 실수를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 지난 과거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현대 기득권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는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