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극히 주관적인, 그래서 객관적인 생각의 탄생
이상완 지음 / 솔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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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뇌과학의 원리를 배워보자!

뇌세포가 팡팡 터지는 여행

인공지능의 원리, 그리고 해당 원리와 관련된 뇌과학을 만난다. 그렇다고 꼭 인공지능과 뇌과학이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인공지능의 원리 설명이 중심이고 뇌과학은 양념이다. 책은 순전파와 역전파, 머신러닝에서 딥러닝, 강화학습까지 기초 인공지능에서 심화 인공지능으로 나아간다.

인공지능은 뇌과학뿐만 아니라, 통계학과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영역이 공존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우리 두뇌의 작동 방식과 유사해진다는 점이다. 수렴진화처럼 제한된 환경에서 최적의 방식을 찾았던 결과는 아닐까.

내용이며 구성이며 모두 훌륭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설명 방식이다. 저자가 독자를 희롱하듯 선보이는 각종 은유는 어려운 인공지능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저자의 사고실험은 은유와 시너지를 일으켜 책을 완전한 혼돈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여러 데이터를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최적의 선을 찾는 과정을 '종이접기'로 비유하는데, 수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전공서가 더 쉽게 느껴졌다. 저자가 유도하는 대로 잘 따라가다가도 저자의 설명대로 사고실험이 진행되지 않으면 뇌세포는 팡팡 터져나갔다. 사과 하나를 분류하기 위한 종이접기는 고도의 사고 실험 능력을 요구했고, 내 하찮은 두뇌는 최소 사양에 맞추기 위해 한계까지 가동해야 했다. 단순 연산보다 이미지 처리가 훨씬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훌륭한 교훈이다.

현업자나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학생은 더 폭넓게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을 전혀 모르는 입문자는 자신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각오하자.

인공지능과 이데아론

책 읽으면서 느낀 이과와 문과의 기묘한 결합

인공지능은 '추상화'와 '구체화'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객체로부터 공통된 특징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이 추상화라면, 추상화 과정으로 찾아낸 특징을 표현하는 과정이 구체화다. 벌레 먹은 사과, 한입 베어 문 사과 등 다양한 사과에서 사과라고 분류할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을 찾는 과정이 추상화라면, 추상화로 찾아낸 공통된 특징을 이용해 이게 사과인지 배인지 구분하는 과정이 구체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추상화의 목표인 '공통된 특성'이 철학의 '이데아'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사과를 사과라고 할 수 있는, 의자를 의자라고 할 수 있는 본질인 관념(이데아)을 찾는 과정이 추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가 됐든, 음성이 됐든, 무언가를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는 '이데아'만 찾아낼 수 있다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이데아가 가리키는 것과 가리키지 않는 것,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음악 추천, 얼굴 인식같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다. 주식을 결정하는 이데아를 활용해, 주식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행복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이 우리랑 너무 닮았어!

what? 뇌세포뿐만 아닌 인간 그 자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돌아보기도 했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겪은 어려움에서 지금까지 저질렀던 여러 실수를 떠올렸다.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과거의 데이터에 너무 최적화돼 새로운 데이터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과적합의 문제에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과 인지 편향 중 대표성 편향을 생각할 수 있었다. 너무 민감하면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둔감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인공지능의 딜레마에서 나무에 집중하면 숲을 보지 못하고 숲을 바라보면 나무를 놓친다는 관점의 딜레마가 떠올랐다.

결과에 집착할수록 현실에 멀어지는 알파고 패러독스에서 사람의 성장 시간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생각했다. '결과'만 보고 달리는 모델 프리 강화학습은 빠르게 학습할 수 있지만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과정'을 중시하는 모델 기반 강화학습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학습이 매우 느리다. 마찬가지로 빠르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천천히 내실을 다지며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 상황에 따라 모델 프리 강화학습과 모델 기반 강화학습을 선택하듯, 각각 어울리는 곳이 따로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뇌과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 더 나아가 사회적 행동까지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아직 밝혀내지 못한 진리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비롭고 흥미로운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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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최정순 지음 / 황소걸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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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교훈과 치유

아유르베다 철학과 함께하는 목가 생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목가 생활 속 사색이 반긴다. 숲속에서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을 이야기한다. 음양오행설과 비슷하면서 다른 아유르베다 철학이 인상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동양 사상과 서양 철학, 동서양을 막론한 철학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잔잔하면서 고상하다. 범우주론 등 철학 이야기는 잔잔한 힐링, 가벼운 독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책은 크게 에세이, 작품 소개, 아유르베다 철학, 세 부분으로 구성돼있다. 에세이와 작품 소개 부분에 아유르베다 철학이 기저에 깔려있어 아유르베다 철학을 먼저 읽고 나머지 부분을 읽는 것도 좋아 보였다.

저자는 목가주의 세상을 소개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한 목가 생활에서 행복을 찾는다. 문명과 떨어져 자연과 함께하면서 여유를 되찾고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면 건강해지고 마음이 정화된다. 도시를 벗어나 산속에서 숨이 트이며 느끼는 상쾌함이 대표적이다. 중금속이 가득한 공기에 벗어나는 것만으로 자연의 치유 효과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손님 입장에서 자연을 마주한다. 티끌 같은 개미, 작디작은 새 어치 등 모든 생명에게 저자는 손님의 자세로 배려한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떠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탈하여 달관하는 건 아니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변의 모든 대상을 마주했다.

모성애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겨울눈을 보호하는 듯한 바스러진 낙엽을 보며 어머니의 헌신을 이야기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준 사랑은 부모에게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머물다 다음 손주에게 이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백번 공감하지만, 자식에게 보상을 바라는 부모 아래 있는 사람은 냉소적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핵심은 내려놓아야 여유 있고, 여유 있어야 행복을 느낀다는 거다. 저자는 자연과 함께 살아보라고, 자연의 품에 안겨보라고 독자에게 손짓했다. 이따금 자연 속에서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자. 저자의 이야기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주인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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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IT를 시작합니다 -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낸 비전공자를 위한 필수 IT 교양서
고코더(이진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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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을 통해 IT 개념을 익혀보자!

IT 입문자를 위한 IT 교양서

IT의 주요 개념을 여러 사례에 빗대어 설명한다. 짧은 텍스트,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쉬는 날 카페에서 읽기 좋게 구성했다. 진득한 이론은 빠졌고, 독자가 가볍게 IT를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 용어가 순화되지 않거나 설명이 생략되는 등 구멍이 많았다. 도로 위 방지턱에 걸린 것처럼 독서의 흐름이 끊겼다. 이러한 구멍에 의해 어느 정도 IT를 겪어본 사람에게 정말 유익하지만, 완전 IT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비유들!

저자의 고민과 노력이 돋보이는 순간

컴퓨터가 십진법이 아닌 이진법을 사용하는 이유를 전선에 빗대어 설명한다. 전선으로 무언가를 전송한다 했을 때, 이진법 체계는 한 가닥의 전선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전기를 보내면 1, 보내지 않으면 0이다. 반면, 십진법 체계는 최소 다섯 가닥의 전선이 필요하다. 0~1 하나, 2~3 하나, 4~5 하나, 6~7 하나, 8~9 하나. 즉, 이진법은 사용하면 십진법에 비해 전선을 아낄 수 있다. T(참)과 F(거짓), 두 가지로 구성된 논리 연산자에 특히 유용하다.

크롤링을 지렁이 게임에서 지렁이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사탕을 먹고 성장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지렁이가 돌아다니며 사탕을 수집하듯, 크롤링도 웹페이지를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웹페이지 내 데이터 저장 위치를 찾아내는 게 크롤링의 핵심이다. 흔히 크롤링과 혼동하는 스크래핑은 크롤링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든 작업이 스크래핑이다. 파싱은 일정한 패턴으로 데이터를 추출해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처음 보이는 영역이 프런트엔드다. 이때 활용되는 언어가 HTML, CSS, Javascript인데, 무대 장치와 조명 등 무대의 보이는 부분을 담당한다. 반대로, 백엔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버에서 작용하는 기술을 다룬다.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의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시나리오 작가, 촬영 감독, 조연출 등 공연 스태프의 역할이다. 서버와 데이터 베이스를 다룬다면 백엔드다.

프레임워크는 다른 개발자가 소프트웨어의 설계와 기능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환경을 의미한다. 아파트에서 내 방의 개수와 화장실 등 실내 구조는 동일하더라도 가정 입맛에 맞게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하듯, 프레임워크도 동일한 환경 내에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한다. 라이브러리는 특정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개발된 코드로 스스로 동작할 수 있는 완전한 코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프레임워크와 다르다.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에 여러 장서 중 필요한 책만 대여하듯, 필요한 기능만 가져와 사용한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고되니 다른 사람의 프로그래밍을 빌려오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API, 클라우딩 컴퓨팅 등 여러 IT 개념을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조금 더 IT를 모르는 비전공자를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IT를 공부하면서 헷갈렸던 많은 부분을 이 책의 설명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비전공자와 전공자를 가리지 않고, 프로그래밍 구조를 정리하는 데 도움 되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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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별을 봅니다 - 우리 시대의 명상록
김인현 글, 권오철 사진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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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힐링 에세이

캠핑하며 읽기 좋은 책!

밤하늘 별을, 풍부한 자연환경을 보며 읽기 좋은 에세이다. 텍스트가 많지 않고, 간결하다. 한 장에 담긴 간결한 글을 음미해 본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수록돼있다. 저자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 사진으로 연상되는 교훈, 저자의 생각이 예술적인 밤하늘 사진과 어우러져 잔잔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촉촉한 감성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책 본문도 훌륭하지만, 사진 밑 부연 설명이 일품이다. 사진 속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 사진을 찍으면서 고생했던 이야기 등 값진 이야기가 담겨있다. 본문만 빠르게 읽었다가 놓칠 뻔했다. 인상적인 사진을 멍하니 보고 있기도, 마음에 드는 글귀를 다시 보기도 했다. 캠핑장에서 천체망원경을 펼쳐놓고 별을 보며 이 책을 읽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 속 인상적인 이야기들

다시 보고 싶어서 남기는 글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무수한 별 중 하나를 장식할 뿐이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성가신 존재라 생각했던 사람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있을 때는 모르다 곁을 떠난 뒤에야 소중함을 느낀다. 

"나를 낮춰야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은 월광이 별을 가린다. 주변의 별 보다 밝게 빛나면 주변의 별이 보이지 않듯이 자신을 낮춰야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도전이 먼저다."

좋은 사진은 한 번에 얻어지지 않는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년을 준비하기도 한다. 몇 년에 한번 오는 날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비행기가 지나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값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숨어있는 1인치를 보는 눈."

'트리밍'은 사진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거나 일부를 확대 또는 중심 이동하는 조작술이다. 트리밍은 필요한 부분만을 강조할 수 있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잘려나간 부분, 숨겨진 부분에 담긴 이야기는 사라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 맹신하며, 트리밍에 자주 속는다. 때로는, 감춰진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최고를 위해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반원을 그리는 일주운동 사진은 동짓날 1년에 한번 단 한 장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동짓날이라고 모두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연이 허락해 줘야 한다. 지금 보는 풍경이 어찌 됐든 가장 멋지다는 만족, 그 만족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빛나는 삶의 궤적에 상처는 필수다."

사람의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상처를 입고 고난을 겪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극복한 과정이 삶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이 종교와 만나면서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동설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천동설을 믿는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처럼.

"온전히 집중하는 법."

수만 개의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지만, 마음이 없다면 별자리 하나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있어도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다면, 한 권을 다 읽어도 글 한 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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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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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미래지향적인 정의론

저자는 '철학과 윤리'에서 정의가 아닌, '미래'에서 정의를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윤리는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보편타당한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다양한 요인이 윤리에 영향을 미친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윤리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 중 '시간'과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앞으로 미래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와 핵 전쟁, 인종차별 등으로 지구가 완전히 망가질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윤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과 윤리, 그리고 미래

심하게 다투다가, 언제 그랬냐며 서로 맞춰가는 기술과 윤리

저자는 기술의 발전이 윤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산업혁명, 스마트폰 등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등장하면 생활상이 변하고 그에 따라 윤리관도 변했다는 거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윤리가 반드시 따라가는 건 아니다. 때로는 신기술이 윤리적인 이유로 사회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좌천됐다.

저자는 현대 기술의 발전이 너무나 빠르다며, 윤리의 발전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윤리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할 기술의 등장을 가로막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남용하여 많은 희생자를 낳는다. 그렇다고 기술의 등장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강물이 계속 흐르듯, 시대도 계속 발전한다. 아무리 신기술을 가로막으려 해도 언젠가는 도래한다.

많은 사람이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기저에는 인간 불신이 깔려있다. 인간이 위력적인 신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지구온난화 등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여러 병폐는 인간이 신기술을 적절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고 증명하는 것 같다. 파괴적인 미래를 두려워하며 신기술의 등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술이 옳다거나 나쁘다는 가치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술은 그 자체로 무가치하다. 기술의 가치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에게 달렸다. 식칼이 사람 죽이는 데 사용된다고 식칼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칼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거다. 신기술도 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논의한다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저자는 인류가 극단적인 길을 걷지 않는 이상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우리 후손은 우리와 사뭇 다른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과거를 비판하듯, 우리 후손도 우리를 비판할 것이라며, 후손에게 부끄러운 선조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현재를 바라본다.

겸손, 가장 중요한 미덕

우리는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

저자는 과거의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비판했던 것들이 당시에는 당연한 것이었고,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있던 사람은 극소수였다. 산업혁명이 발생하기 전까지 노예제는 마땅한 제도였다. 누구도 노예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곧잘 과거를 현대의 관점으로 비판하지만, 정작 미래의 관점으로 현대를 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많은 사람이 노예를 부리고 인종차별했던 과거 인물을 비난하지만, 현재의 부조리에 대해선 무감각하다는 거다. 과거의 잘못을 우리가 비난하듯, 미래 후손은 지금 우리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로 우리를 비난할 거다. 저자는 이를 자신이 옳다는 식으론 절대 깨달을 수 없다며 겸손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고 활발하게 논의할수록 윤리는 발전한다. 노예제가 폐지되고, 인종차별이 금지됐듯,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정의를 찾고 개선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겸손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관망하게 된다. 우리의 눈을 가리던 색안경이 벗겨지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대

지구온난화, 핵전쟁 등 당면한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성애와 낙태 등 윤리적 갈등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같은 경제적 갈등, 핵 전쟁과 남북 분단 등 정치적 갈등, 그리고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 갈등 등 우리가 대처해야 할 부정의는 도처에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걱정하는 미래가 정말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은 생활상과 가치관을 바꿀 것이고, 우리 후손은 부정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여요 전쟁 당시 싸워보지도 않고 거란에 항복하려는 고려 조정에게 서희는 후손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어선 안 된다고 강론하며 전선에 나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후손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당연하지 않은 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차별하고 있던 건 아닐까? 서로 합의하지 않고 이대로 대립한다면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까?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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