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원리, 그리고 해당 원리와 관련된 뇌과학을 만난다. 그렇다고 꼭 인공지능과 뇌과학이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인공지능의 원리 설명이 중심이고 뇌과학은 양념이다. 책은 순전파와 역전파, 머신러닝에서 딥러닝, 강화학습까지 기초 인공지능에서 심화 인공지능으로 나아간다.
인공지능은 뇌과학뿐만 아니라, 통계학과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영역이 공존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우리 두뇌의 작동 방식과 유사해진다는 점이다. 수렴진화처럼 제한된 환경에서 최적의 방식을 찾았던 결과는 아닐까.
내용이며 구성이며 모두 훌륭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설명 방식이다. 저자가 독자를 희롱하듯 선보이는 각종 은유는 어려운 인공지능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저자의 사고실험은 은유와 시너지를 일으켜 책을 완전한 혼돈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여러 데이터를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최적의 선을 찾는 과정을 '종이접기'로 비유하는데, 수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전공서가 더 쉽게 느껴졌다. 저자가 유도하는 대로 잘 따라가다가도 저자의 설명대로 사고실험이 진행되지 않으면 뇌세포는 팡팡 터져나갔다. 사과 하나를 분류하기 위한 종이접기는 고도의 사고 실험 능력을 요구했고, 내 하찮은 두뇌는 최소 사양에 맞추기 위해 한계까지 가동해야 했다. 단순 연산보다 이미지 처리가 훨씬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훌륭한 교훈이다.
현업자나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학생은 더 폭넓게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을 전혀 모르는 입문자는 자신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각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