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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배신 -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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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34039678

 | 마르크스주의로 본 4차 산업혁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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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좌파의 의견을 감추지 않는다. 좌파 관점에서 플랫폼, AI, IT 등 4차 산업혁명에서 부각되고 있는 기술이 사회 취약 계층과 인류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신기술을 비판한다. 플랫폼 경제, 공유 경제 등 신기술로 무장한 신(新) 경제체제가 인권을 침해하고 시장참여자의 노동을 무상으로 착취하며 사회 계층화를 심화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영상을 열심히 제작하고 업로드했지만, 적은 조회수로 어떠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유튜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노동가치설에 따라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신기술 자본주의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거다.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에 의해 숙련 노동이 비숙련 노동으로 평가절하되며 노동자가 소외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CCTV와 알고리즘 등 신기술의 편의성에 매몰돼 신기술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르크스주의답게 직설적이고 이론적인 서술보다는 문학적이고 철학적으로 서술한다. 따라서, 말이 어렵다. 하지만, 신기술 찬양이 일색인 현대 사회에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기에 추천한다.
 | 가치론, 노동가치설과 효용가치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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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노동가치설로 시작했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마르크스 등 1800년대 경제학자들은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논리는 전개했다.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노동'이라고 답했다. 노동이 더 많이 투입될수록 가치도 더 커진다고 생각했다. 우파 경제학자는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자본주의의 맹위를 설명했고, 좌파 경제학자는 노동가치설을 기반으로 자본주의의 타락을 들춰냈다.
하지만, 노동가치설은 간혹 노동이 많이 투입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며 무가치하게 평가받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소수 의견으로 취급받던 효용가치설이 그때부터 부각됐다. 효용, 즉, 상품에 대한 '쓸모'가 가치를 결정한다는 효용가치설은 노동가치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노동가치설에 따라 귀중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쓸모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노동가치설이 공급 측면의 경제학이라면, 효용가치설은 수요 측면의 경제학이다.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 경제에 두 가치론 모두 의의가 있다. 노동가치설과 효용가치설 각각 완벽한 가치론이 아니라, 둘이 조화롭게 공존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좌파는 노동가치설을, 우파는 효용가치설을 맹목적으로 바라봤다. 한쪽에서는 노동가치설을, 반대쪽에서는 효용가치설을 무자비하게 비난했다. 결국, 노동가치설로 사회주의를 꿈꾸었던 좌파와 효용가치설로 자유주의를 찬양했던 우파, 모두 부조리와 모순의 세상을 만들었다.
노동가치설과 효용가치설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대 경제학의 토대가 됐다는 걸 생각하면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가치론이다. 아직도 극단주의자들이 만든 부조리와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걸 보면서 언제나 항상 중요한 건 중도(中道)라는 걸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