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2038383238

CIA 요원 회고록


 중동과 중국에서 공작 활동을 수행한 전직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미국중앙정보부) 요원이 회고록을 펴냈다. CIA 요원으로써 겪었던 극적인 사건보다는 저자의 심리를 위주로 서술한다. 성장기부터 CIA를 그만두기까지 저자의 애로 애환을 느낄 수 있다. 가족도 속여야 하는 CIA 요원이 겪은 내적 갈등을 풍부하게 느낀다. 


 다만, 영화에서 보던 CIA 요원의 역동적인 공작 활동을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할 수 있다. 회고록이라 플롯이 명확하지 않다. 몰입감이나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정보기관의 특성 때문인지 깊게 설명하지 않아, CIA가 어떻게 훈련하고 활동하는지 간략히 알 수 있을 뿐이다.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저자가 CIA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이중생활이다. 표면상 예술품 매매상으로 활동하지만, 실상은 정보 공작원이다. 이중생활을 하면서 그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거짓된 삶을 연기해야 하는 모든 순간에 갈등을 겪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고독과 싸워야 한다. 현장에 파견되면, 오랜 기간 가족과 생이별해야 한다. 오랜 이별에 지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정보원들은 애국 또는 세계 평화라는 사명감 하나로 모든 고통을 감내한다. 저자는 미국의 정보원이지만, 테러를 방지하고 무고한 사람의 희생을 막는다는 사명으로 일했다.


 애국, 평화와 같은 추상적인 신념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신념을 위해 행동으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강렬한 꿈이 있다. 꿈 하나를 위해 사회의 멸시와 고독을 품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현실 감각 없는 이상주의자로 비판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어려움은 외면하면서 대의를 추구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세상은 멸시와 고독이라는 고통에도 꿋꿋이 나아갔던 이들에 의해 발전해왔다. 이들을 멸시하며 순리에 따르던 다른 사람들은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조용히 편승했다. 


 누구나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멸시와 고독이라는 고통을 이겨낼 자는 많지 않다. 영화 주인공의 길은 그 어떤 길보다 험난하고 고통스럽다. 생각해보자. 나는 영화 주인공인가?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단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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