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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막상 공지영의 책은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특히 재미있게 봤던 영화 우행시의 원작 소설도 읽지 않았는데, 우연히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사게 되었다.
이 책은 딸 위녕에게 엄마가 쓰는 편지 모음집이다. 사실 너무 예를 갖추어서 쓴 편지라 생각해서 나는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쓴 편지인 줄 알았다. 뒤에 수영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게 정말 딸에게 쓴 것임을 알 수 있었지만.
딸은 이 편지를 받을 때 당시, 고 3이었다. 딸이 엄마랑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 딸이 집에 없을 때, 딸이 연애문제가 있는 듯 할 때, 엄마는 편지를 쓴다. 상담사 언니처럼, 작가처럼. 위녕을 부를 때 그 느낌은 굉장히 포근했고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에게는 우리 엄마가 최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위녕이 부럽기도 했다. 이리도 다정하신 엄마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 다정한 엄마는 자기가 차가워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딸에게 거듭 말한다.그럴 수 밖에 없다고, 작가는 참 고독한 존재라며 오히려 위녕에게 위로를 받는 듯한 모습이 글 곳곳에 잡힌다. 엄마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딸과 엄마는 친구이기도 하니까.
이 책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작가의 삶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의 가치관을 살펴볼 수도 있고. 조금씩, 자주 읽었던 이 책을 통해 그녀의 글 솜씨에 감탄을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었다.
'화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렴. 엄마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는 지 너도 알게 될 거야. 네가 문을 닫았을 때, 엄마는 말을 걸고 싶지만, 안 그러는 게 낫겠지. 그렇게 해서 네가 화를 풀 수 있다면'. 모든 엄마가 딸에게 한 번씩은 했던 말이 아닐까? 나는 엄마에게 화를 낼 수 있지만, 엄마는 나에게 똑같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읽으면서 엄마가 얼마나 나를 생각해주는 지를 알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가득 차있으니까. 엄마가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내 몸 구석구석으로 느끼게 해준다.
공지영의 힘은 또박또박하고 차분한 글이지만 굉장히 강하게 마음을 두드리고 또 두드린다. 마음 속 깊은 웅덩이에서 아주 신선한 물 한 바가지를 떠서 마시는 느낌...그래서 나는 공지영을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 같고, 언니 같고, 친구 같아서. 사람내음이 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은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웃어보고, 그녀의 책을 보며 위로를 받아야겠다. 나는 이미 그녀의 딸이니까, 믿는다. 그녀가 날 꼬옥 안아주며 '괜찮아. 오늘은 너와 함께 이야기를 해야겠으니, 수영은 나중에 가야겠다'고 말할 테니까!
p.s 위녕이 나중에 글을 쓰게 되면 공지영 이상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 같다. 맨 마지막에 위녕이 쓴 편지는 그야말로 감동이다.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