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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2024 아우구스트 상 수상작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우울증이었고,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에 대해 생각했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에게 살자라니.
그런 단순한 말이 자살을 깊이 생각해 온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상처가 될 것이라고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자살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죽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동물과는 다르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고도의 의사결정이라 생각해 왔던 내가, 내 동생의 마음이 무너지며 내게 죽고 싶다고 말 했을 때의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똑똑한 척 하며 '고도의 의사결정', '자기 결정권'이라느니 떠들어대다가 내 가족이 죽고 싶다고 이야기 했을 때는 내 생각들이 모두 오만한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살의 언어> 책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조력사에 관한 이야기, 자살을 하려고 하다가 순간적으로 후회한 사람의 이야기, 자살의 나비효과에 관한 이야기들.
보통 가족이나 친척이 자살하게 되면 왜 내가 막지 못했을까 자신을 탓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살을 예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견된 무언가를 놓쳤을 가능성도 낮을 뿐더러, 놓칠 만한 무언가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이 전혀 내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본문 49페이지)이다.
죽음에 이르게끔 자기 자신을 다치게 하기 위해서는
살고자 하는 본능을 꺾어야 한다.
죽음을 만주할 때의 불안감을 이기고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마치 몸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명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만 같다.
몸은 펄떡인다. 우리의 모든 조직은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살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자살은 그 본능을 꺾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자살자들은 벼랑끝까지 몰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몰랐다고 남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는 자살에 관한 관념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살의 역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특히 루돌프황태자의 자살이 세계대전을 야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을만한 대목이었다.
역사에 남을만한 루돌프 황태자의 자살도 의미있지만, 우리 모두에게 주변사람들의 자살은 역사적 사실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죽지 말아야 할 이유다.
자살은 죽은 사람의 한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전가되는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 한명이 죽는다고, 내가 가진 한과 분노가 다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남아있는 사람들이 다 나눠가지게 된다.
그래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 커지게 된다.
나는 모든 상황을 피하고 싶을 때 죽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걸 보면 나를 포함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장 이 힘듦과 고통을 피하고 싶어 죽음을 택하기도 하지 않을까.
죽음과 자살은 우리 삶에서 끝까지 난해하고 의견이 분분한 주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자살의 언어> 이 책은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 뿐만 아니라 죽음을 한번은 맞닥들여야 하는 우리 인간들이 꼭 읽어봐야 하고 꼭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들을 던진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