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관찰 일기에 이어 도시 관찰 일기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가장 행복했던 부분은 작가님이 성심당 빵을 되찾는 장면이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직전의 뿌듯한 표정, 너무 알 것 같다.
처음 만난 사람의 선의를 만날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도 다음에 선의를 베풀 용기를 갖게 된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여전히 자연 관찰(특히 탐조)을 하고 있는데,
계절의 흐름에 따라 새소리가 바뀌는 순간을 알게 되었을 때
새소리를 듣고 이름을 알 수 있게 되었을 때 여전히 짜릿하다.

모르는 것이 아직 있고,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똑같은 세상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많은 모습을 가질 테니까.
세상을 매일매일 새롭게 알아가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다.
작가님의 관찰 일기를 읽고 내가 보지 못했던 세계도 알게되어 즐거웠다. 사람들의 창의력을 엿봤던 순간이 특히 그랬다.

세상을 미시적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좋았다.

그러자 무표정이던 기사님 얼굴에 씨익 하는 미소가 떠오른다. 아니, 저 미소는? 나는 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저 표정은 바로…..상대방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직전, 얼굴에 떠오르는 뿌듯함이다! - P78

관찰을 할 때는 나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관찰의 핵심이다. 그러나 평소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자꾸만 예전의 잘못과 아쉬운 점을 되새긴다. ‘나는 왜 그럴까?‘ ‘나는 왜 그랬을까?‘ 모든 게 ‘나는‘, ‘나는‘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관찰을 할 때는 잠시 나를 잊어버릴 수 있다. 내가 아니라 멀리 산꼭대기에 선 송전탑을 보고, 아파트 입구에 차단봉으로 눕혀놓은 쇠파이프를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왜 있는지, 누가 이렇게 해놓았는지 생각한다.
관찰을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내가 아닌 것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P168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희망은 충분하다. - P192

도시는 넓고 사람은 많다. 매일 밖에 나가 돌아오는 순간까지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스쳐 간다. 그 모두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궤적이 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니. 버겁고 또 벅차기도 하다.
관찰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 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관찰할 세계는 끝없이 많다. 역시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 P213

그렇게 이 도시 안에서 내가 아는 맥락을 넓혀간다. 이 도시는 드디어 ‘나의 도시‘가 된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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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유해동물로 지정된 동물들을 볼 때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인간으로인해 서식지에서 밀려난 동물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죽는 것이 안타까웠다.

동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손쉽게 인류애를 잃을 때가 많다. 그러나 요즘은 인간이 괴로워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는 뜻 같다.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복원하기도 한다.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돌이키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인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의지와 지혜가 있는 동물이니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상황에 따라 보호종이 되기도 하고 유해동물이 되기도 하는 동물들을 더 알고자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되었다. 나 역시 다큐멘터리에서 비치는 환상적인 동물들의 아름다움만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식민주의적 관점으로 동물 보호를 바라보니, 동물과의 문제를 겪고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동물들과 현실적인 거리에서 문제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똑같이 동물을 사랑하는데도,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에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모두 맞는 말 같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도 알겠다. 의견은 달라도 동물을 보존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하고있다.

동물은 우리와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만 하는 동물도, 그 생태를 알아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번식기의 수컷 해달이나 돌고래 등을 생각하고있다) 반대로 혐오스러워 보이는 동물도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을 뿐이기도 하다.

야생 동물을 사랑하더라도 너무 가까이가서 서로를 위험하지않게 하고
야생 동물과의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에 대해 더욱 잘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 동물들에 대한 관점과 일화가 흥미로웠고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감각도 웃겼다.
부디 저자가 케빈과 토마토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를!

쥐가 혐오스러운 것은 인간이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레기와 하수를 발생시키기 때문이고, 우리가 타인의 괴로움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 P81

우리와 가장 가깝게 사는 동물들이 진정한 야생동물인가 아닌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그들의 삶과 죽음에 우리가 개입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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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좋아. 그럼 하나 물어볼게.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어깨를 들썩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나뭇잎을 따거나 하며 느릿느릿 배회하는 저 남자와, 여기 있는 내가 다른 점이 하나라도 있어?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 P69

요조는 아득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바로 발밑은 구십 미터나 되는 절벽이었고, 그 바로 아래로 작게 에노시마가 보였다. 짙은 아침 안개 깊숙이 바닷물이 넘실넘실 출렁거렸다.
그리고, 아니, 그뿐이다.
<어릿광대의 꽃> - P148

우리의 행복은 고작 방의 전구를 바꾸는 것 정도구나, 하고 속으로 저를 납득시키려했지만, 그리 쓸쓸한 마음도 들지 않고 도리어 이 소박한 전등을 켠 우리 가족이 아주 아름다운 주마등처럼 느껴져서, 아, 훔쳐볼 거면 보라고, 우리 가족은 아름답다고, 하고 마당에서 울어 대는 벌레들에게까지 알려 주고싶은 조용한 기쁨이 가슴속에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등롱> - P170

인간은 소박하게 사는 것 말고는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으니까.
<우바스테> - P200

나는 이 여자를 사랑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사랑한다. 그것이 내 괴로움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제 됐다. 나는 사랑하면서 멀어질 수 있는, 어떠한 강인한 힘을 얻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조차도 희생해야 한다. 뭐야, 당연한 거잖아.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 당연하게 살아가자.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미치광이가 아니다.
<우바스테> - P201

이 장미가 살아 있는 한 나는 마음의 왕이라고 순간 생각했다.
<젠조를 그리며> - P297

나는 오늘 밤, 죽는다. 죽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나를 대신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왕의 간교함을 깨부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젊어서부터 명예를 지켜라. 잘 있어라, 고향아. 젊은 메로스는 괴로웠다. 몇번이나 멈춰 설 뻔했다. 달려, 달려, 큰 소리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렸다.
<달려라, 메로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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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토신과 여우
미야자와 겐지 / 온이퍼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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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읽어보고싶었던 동화인데, 검색해보니 이 책 밖에 나오지않아서 이 버전으로 읽어봤다.

라이트노벨 문학소녀 시리즈를 재밌게 읽고 미야자와 겐지 동화가 읽고 싶어졌고
그렇게 은하철도의 밤과 구스코부도리의 전기, 그외 단편 동화들을 몇편 찾아 읽었었다.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하나 읽었다.
이 동화를 읽고 싶었던 건 좋아했던 일본 노래 때문이었다.
이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노래라고 했는데,
이제 그 가사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하는 존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꾸 꺼내는 거짓말과 자신보다 사랑받는 존재에 대한 질투, 화풀이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 아름답지 않은 감정들을 다루었으나 그렇기에 주인공 여우와 토신의 감정이 더 와닿는다.

마지막에 토신이 울부짖는 장면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처절했다.

그리고 여우와 자작나무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여우에게 마음이 많이 간다...사실 여우와 토신은 같은 처지였을텐데.

그러나 번역이 너무 이상하다. 번역기를 돌린 상태에서 바로 책을 엮은 것 같을 정도로...존댓말과 반말이 섞여있고 주어가 안 맞고...삽화는 원작과 같은 건가? 표지에 강조된 문구도 동화의 주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원서를 읽어봐야 하는 걸까...(제대로 읽을 자신은 없음)
어릴 때 궁금했던 동화를 읽어봤으니 소원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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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늘 읽어보고싶었는데
우연히 에세이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게임, 픽션과 허구가 어떤 의미가 되어주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재밌게 했던 게임 얘기가 나올 때는 반가웠다.
깊이 빠졌던 게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었는지.

유대를 쌓아 적의 공격을 버텨내 함께 승리를 했던 포켓몬들도 생각나고,
컨트롤 실력 문제로 은신에 실패해서 결국 모든 것을 전투로 해결해야 했던 호그와트 레거시 주인공도 생각나고.(나는 진짜 평화주의자의 길을 걷고싶었다...)
게임 속에서 우연히 만난 플레이어와 함께 순례길을 걸었던 저니도 생각나고...

김초엽 작가님의 픽션도 꼭 읽어보고싶다.

그래서 이 말은 마치 모든 이야기 매체에 건네는 위로처럼 들리기도 했다. 우리는 허구를 만들고 있다고. 어차피 이 모든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그래도 이 세계는 선명하게 아름답고, 우리가 초대한 이들이 여기서 행복했다면, 이것은 가치 있다고. 마치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 허구 속 행복은 짧고 허망하다. 언젠가 덧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삶도 그런 것 아닌가. - P68

그리고 이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아주 미약한 자유의지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선택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다는 환상‘을 믿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 P90

그 믿음이 픽션에 불과하다고 해도, 때로 삶에는 그런 픽션이 필요하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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