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작가는 필연적으로 균열을 내는 사람이다. - P45
생의 의지가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가장 어리석고 께름칙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전쟁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는 그런 줄로만 믿었으나, 패전 후 우리는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이건 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쪽에 진정한 살 길이 있는 것 같았고,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달콤한 일이며, 너무 좋은 것이다 보니 심술궂은 어른들이 우리에게 포도가 시다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 P109
죽어 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몹시 추하고 피비린내 나는, 추접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새끼를 빼고 구멍을 파는 뱀의 모습을, 나는 다다미 위에서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끝내 단념하지 못하는 게 있다. 천박해 보인들 상관없어.나는 살아남아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련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나의 로맨티시즘과 감상 따위는 점차 사라지고 어쩐지 나 자신이 방심할 수 없는 교활한 생물로 변해 가는 기분이었다. - P119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 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 P136
산다는 것은 실패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희망적이다.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고 싶어졌다.윤리와 사상 공부를 했을 때 봤던 반가운 철학자들을 실제 삶의 윤리에 적용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웃겼다! 실존주의 파트에서도 웃음이 터질 줄이야.
인간은 개성과 고유하고 독립적인 특성을 갖춘 한 존재라는 점 때문에 사랑하는 무언가를 추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나간다. 인간이라는 작은 정원에 고유함의 씨앗을 심고 길러내려는 마음이 없다면 과연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다. - P158
실용주의는 우리에게 스스로 도덕적 심판관이 되라고 한다. 행동을 직접 살펴보고 결과에 차이가 있는지 판단해 논쟁이 헛된 것인지 의미 있는 것인지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 P188
우리 자신의 완결성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순 덕분에 우리는 자기 신념과 윤리를 이해하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한 결정을 내리도록 다시 한번 시도할 기회를 얻는다. 명확한 해답도 없고 경험으로도 알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이론상의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순간이 바로 실패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때다. - P294
실존주의자는 이렇게 말한다. 계속해서 선택하라. 이 부조리하고 의미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택뿐이다. -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