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말은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이었다. 작가인 주인공만이 할 수 있는 복수였다. 무례한 남자의 말에 인상 찌푸렸다가 웃고 말았다.

<너무 늦은 시간>은 지금까지 읽었던 클레어 키건 소설 중에서 가장 주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잘못되어가는 것을 인식하는듯 하다가도 모든 것이 끝난 뒤 결국 비난과 욕설로 도피해버리는 것이 제목과 연결되어 보였다. 어디에선가는 돌이킬 수 있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남극>은 설마 그런 결말일 줄 몰랐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신만의 지옥에...

이미 그녀는 장소와 시간을 절개하여 기후를, 그리고 갈망을 집어넣었다. 여기에는 흙과 불과 물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인간의 외로움, 실망이 있었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중 - P80

그녀는 흔들리는 덤불 너머 도로에 내려앉는 아침을 내다보고 잘 시간이 왔다가 가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주전자를 가스불에 얹고 냉장고 깊숙이에서 케이크를 꺼냈고, 기지개를 켜면서 이제 그의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중 - P81

"봤지?" 그녀가 말했다. "이것도 결국 똑같잖아? 당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아들었잖아. 하지만 요만큼도 봐주질 못하는 거야."
그는 사빈을 보자 그녀의 눈빛에 비친 자신의 추한 모습이 또다시 보였다.
<너무 늦은 시간> 중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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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독고독락
이필원 지음, 예란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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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골드의 꽃말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부반장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을지도 궁금했다.
결코 가볍게 흘러가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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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일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다. - P251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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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 일기에 이어 도시 관찰 일기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가장 행복했던 부분은 작가님이 성심당 빵을 되찾는 장면이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직전의 뿌듯한 표정, 너무 알 것 같다.
처음 만난 사람의 선의를 만날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도 다음에 선의를 베풀 용기를 갖게 된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여전히 자연 관찰(특히 탐조)을 하고 있는데,
계절의 흐름에 따라 새소리가 바뀌는 순간을 알게 되었을 때
새소리를 듣고 이름을 알 수 있게 되었을 때 여전히 짜릿하다.

모르는 것이 아직 있고,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똑같은 세상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많은 모습을 가질 테니까.
세상을 매일매일 새롭게 알아가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다.
작가님의 관찰 일기를 읽고 내가 보지 못했던 세계도 알게되어 즐거웠다. 사람들의 창의력을 엿봤던 순간이 특히 그랬다.

세상을 미시적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좋았다.

그러자 무표정이던 기사님 얼굴에 씨익 하는 미소가 떠오른다. 아니, 저 미소는? 나는 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저 표정은 바로…..상대방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직전, 얼굴에 떠오르는 뿌듯함이다! - P78

관찰을 할 때는 나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관찰의 핵심이다. 그러나 평소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자꾸만 예전의 잘못과 아쉬운 점을 되새긴다. ‘나는 왜 그럴까?‘ ‘나는 왜 그랬을까?‘ 모든 게 ‘나는‘, ‘나는‘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관찰을 할 때는 잠시 나를 잊어버릴 수 있다. 내가 아니라 멀리 산꼭대기에 선 송전탑을 보고, 아파트 입구에 차단봉으로 눕혀놓은 쇠파이프를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왜 있는지, 누가 이렇게 해놓았는지 생각한다.
관찰을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내가 아닌 것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P168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희망은 충분하다. - P192

도시는 넓고 사람은 많다. 매일 밖에 나가 돌아오는 순간까지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스쳐 간다. 그 모두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궤적이 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니. 버겁고 또 벅차기도 하다.
관찰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 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관찰할 세계는 끝없이 많다. 역시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 P213

그렇게 이 도시 안에서 내가 아는 맥락을 넓혀간다. 이 도시는 드디어 ‘나의 도시‘가 된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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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유해동물로 지정된 동물들을 볼 때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인간으로인해 서식지에서 밀려난 동물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죽는 것이 안타까웠다.

동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손쉽게 인류애를 잃을 때가 많다. 그러나 요즘은 인간이 괴로워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는 뜻 같다.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복원하기도 한다.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돌이키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인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의지와 지혜가 있는 동물이니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상황에 따라 보호종이 되기도 하고 유해동물이 되기도 하는 동물들을 더 알고자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되었다. 나 역시 다큐멘터리에서 비치는 환상적인 동물들의 아름다움만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식민주의적 관점으로 동물 보호를 바라보니, 동물과의 문제를 겪고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동물들과 현실적인 거리에서 문제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똑같이 동물을 사랑하는데도,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에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모두 맞는 말 같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도 알겠다. 의견은 달라도 동물을 보존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하고있다.

동물은 우리와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만 하는 동물도, 그 생태를 알아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번식기의 수컷 해달이나 돌고래 등을 생각하고있다) 반대로 혐오스러워 보이는 동물도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을 뿐이기도 하다.

야생 동물을 사랑하더라도 너무 가까이가서 서로를 위험하지않게 하고
야생 동물과의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에 대해 더욱 잘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 동물들에 대한 관점과 일화가 흥미로웠고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감각도 웃겼다.
부디 저자가 케빈과 토마토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를!

쥐가 혐오스러운 것은 인간이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레기와 하수를 발생시키기 때문이고, 우리가 타인의 괴로움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 P81

우리와 가장 가깝게 사는 동물들이 진정한 야생동물인가 아닌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그들의 삶과 죽음에 우리가 개입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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