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표지와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집어들었다. 그러다가 초반의 이야기를 읽고서, 이전에 읽었던 일본소설 한 권을 떠올렸다. 이 아이는 어쩌면 스릴러의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이, 윤재에게는 엄마와 할멈이 있었다. 셋이 함께 지내는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슬펐다. 윤재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들과, 윤재에게 쏟은 사랑이 너무 잘 느껴졌다.

그래서 그들에게 비극이 일어났을 때 더 가슴이 아팠다. 윤재의 질문에 그 누구도 쉽게 답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윤재는 자란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안고서 남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는 곤이를 만난다. 또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오로지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도라를 만난다.

심 박사, 그리고 두 아이와 만나면서 윤재는 괴물에서 인간으로 자란다. 사실 괴물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도 모두 괴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믿고싶어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흐릿한 감정 속에서 살아가는 윤재가 감정을 천천히 배워나갈 때마다, 그저 앞으로 걸어나갈 때마다 눈물이 났던 것 같다.

*

나중에 사람들은 내게 왜 그랬느냐고, 왜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제일 쉬운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241-242p)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245p)

톡. 내 얼굴 위에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뜨겁다. 델 만큼. 그 순간 가슴 한가운데서 뭔가가 탁, 하고 터졌다. 이상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아니, 밀려드는 게 아니라 밀려 나갔다. 몸속 어딘가에 존재하던 둑이 터졌다. 울컥.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부서졌다.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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