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606
신용목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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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는 얼굴과 목소리를 맞바꾸며
말한다, 끝까지 닿을 수 없는 수평선 그것이 나를 감았다고
아름다운 것
그것이 나를 죽였다고, 끝까지 아픈 것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 P25

우주는 춥고 어둡겠지 아무것도 안을 수 없는 그곳이너무 차갑고 캄캄해서
거기서 바라보면, 인간은 불덩이일지도 몰라
아직 꺼지지 않은 마음을 생활이라는 아궁이에 담고서 벌겋게 식어가는 것
거기 물 한 바가지를 퍼부은 것이 슬픔일 것이다 흰연기를 뿜으며
일순간 모든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어두워지는 것, 어느 날 샛문이 열리고

지친 얼굴의 누군가가
먼지 골목에 뿌린 물에 젖어서, 무심코 지나가던 자가
그 슬픔의 주인이 되는 것

무심코 흘러가던 별이 우리의 것이 되는 것

(‘미래 중독‘) - P85

사람들은 배 위를 떠난 적 없다

(‘목항‘) - P131

돌을 쥔다, 마음이 다 건너갈 때까지
물컹해질 때까지 벌겋게 뛸 때까지
이 도시엔,

밤을 뭉쳐 돌을 만드는 시간이 있고, 쥐고 있으면

슬픔을 빼앗긴다

(‘광주‘) - P142

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도 오랫동안 나는 너를 만나지 못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고도 오랫동안 나는 태어나지 않았다

(‘포인트 니모‘)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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