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영웅 서사와 연결짓는 시도가 새롭고 재밌었다. 내러티브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큰 힘을 가져왔고, 현대에 와서는 그 모습을 감추어서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원숭이로 살아가는 것은 혼란한 세상에서 일관성을, 질서를 찾으려는 시도였다는 게 먼 옛날과 같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문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영웅)이고, 그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며 그러지 못했을 때 절망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피로 사회>와 <서사의 위기>가 생각났다.
이 책의 결론이 좋았다. 주인공(영웅)이 되는 것보다 이야기하는 원숭이로 남는 것이 좋다. 위기를 멋지게 이겨내는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 위기가 일어나기 전, 바로 지금 움직이는 것.
화려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겠지.
이야기하는 원숭이로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싶다.

모든 인지는 혼란스러운 우주에 질서를 가져오려는 시도다. - P103

나는 다양한 변형을 할 수 있고 여러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우리는 모두 여러 존재가 되어 기능적인 정체성과 관계를 서사적으로 함께 형성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내면에서 연극을 하는 원숭이 무리이다. - P133

개인의 통제에 초점을 두는 것은 소위 기본적 귀인 오류와 결부되어 있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그 책임이 그들 개인에게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때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 P286

영웅이 되고 싶은 인간으로서 우리는 괴물과 맞서야 성공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 P286

마지막으로 인종이라는 허구와 반유대주의 내러티브가 최후의 극단, 즉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이데올로기로 이어졌다. 이것은 아마도 가장 위험한 최후의 어른 동화일 것이다. - P306

말하자면 모든 파시즘 서사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인 내집단의 꾸며진 우월성이 아니라 외집단, 즉 악마화된 타 집단의 위험성이다. - P314

파시즘을 트로이의 카멜레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30

오늘날에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범주로 분류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조합을 발견하거나 피하며 모든 삶을 분명한 인과관계에 연결해 이야기하려는 욕구가 그 어떤 이성보다 더 강력해보인다. - P480

모든 사람은 다르지만 그 차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등일 것이다. - P496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이 사랑하는사람들에게 좋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라. 그리고 이야기를 확실한 해피엔딩으로 시작해보라. 여러분이 어느 지점에서 주인공이고 어느 지점에서 적대자인지 솔직하게 자문해보라. 유토피아를 만들고 낙원 상태를 상상해보라.
그리고 용기를 가져라. 지금까지 감히 꿈만 꾸었던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기 전에 방아쇠를 기다리지않는 것이다. 여러분의 여정을 오늘 바로 시작하길 바란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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