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이 도라에몽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소설을 읽는 내내 도라에몽을 영업당했다. 어릴 때 가끔 tv에 나오면 보는 정도였던 나에게는 목차의 제목이 생소할 정도였다.(도라에몽에 나오는 도구의 이름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가 진심으로 도라에몽과 후지코 F. 후지코의 작품을 사랑한다는 걸 알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랑이 무척 넘쳤다. 한 작품의 주제와 에피소드들을 모든 사건과 연결 지을 수 있다니. 나라면 어떤 작품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밌었다.

2. 그래도 이 소설의 제목은 얼음 고래가 어울린다. 얼음 아래에 갇힌 고래를 구하고 싶어했던 마음, 너무나 차가운 그곳이 괴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사실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던 리호코의 마음이 차가운 얼음을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서 얼음 아래를 비추는 저 빛이, 바로 그 빛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빛은 얼음 고래를 내내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3. (스포일러 포함)
이 소설의 반전을 이번에는 일찍 눈치채는데 성공했다.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작품을 열심히 읽은 보람이 있다. 이전 후기에, 이름을 이용한 트릭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써두었었는데 그게 정말이었다.(ㅋㅋㅋㅋ) 하지만 그럼에도, 그 반전이 나쁘지않았다. 마치 나도 그 자리에서 적응등을 맞은 기분이었다.

4. (스포일러 포함)
제일 싫었던 캐릭터는 와카오 다이키. 그래서 이 캐릭터는 처벌을 받았는지 궁금해진다. 하나도 불쌍하지 않다...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조금도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끔찍했다. (근데 진짜로 좀...치료를 제대로 받든가 해야 할듯. 염색약 때 얼마나 놀랐다고. 그리고 처벌도 받자.)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열쇠없는 꿈을 꾸다>의 단편 하나가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정말 비슷했다. 그 인물은...의사도 되고 싶고 축구선수도 되고싶은 사람이었다. 그 인물의 결말은...^^

순서로 따지면 이 작품이 나오고 <열쇠없는 꿈을 꾸다>가 나온 모양이다. 같은 작가의 소설에서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가 나오니 신기하다. 발전시킨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5. 처음에 책 뒷표지의 줄거리를 보고 도대체 이게 무슨 스토리인가 했는데, 실제로도 아주 여러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는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좀 정신없기도 했으나(이전에 읽었던 소설에 비해!)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6.(스포일러 포함)
리호코의 SF 놀이를 주석으로 이해할 때마다 은근 재밌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리호코가 붙인 SF는 뭐였을까?

내가 생각한 답은 조금•가족(Sukoshi Family)이었다. 하지만 이 답이야말로 ‘조금‘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아주(Sugoku)‘ 가족이니까.

p.s 도라에몽 극장판 한번도 안 봤는데 보고싶어졌다. 뛰어난 영업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너무나 좋아했어요.

(타임캡슐, 412p)

그것은 캄캄한 바다 밑바닥과 머나먼 하늘 저편의 우주를 비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비추어 숨을 쉴 수 있게 하려고. 그것을 본 사람들에게, 살아가기 위한 장소를 마련해 주려고.

(에필로그, 481-482p)

"22세기에서도 최신 발명품이지. 해저든 우주든, 어느 곳에서든 이 빛을 받으면 거기서 살아갈 수 있게 돼. 숨이 막히지도 않고, 그곳을 자신이 있을 곳으로 받아들이고 호흡할 수 있게 되지. 얼음 밑에서도 살아갈 수 있어. 너는 더 이상 조금 • 부재가 아니게 되는 거야."

(사차원 주머니, 4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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