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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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으로 내마음을 사로잡은 켄 리우의 첫 장편 SF!

이미 <종이 동물원>에서 그의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신화와 과학을

가볍지 않은 세련된 문체로 풀어내는 솜씨에 매료되었던지라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리고 겁도 없이 그의 장편 <민들레 왕조 연대기 I - 제왕의 위엄>을 펼쳤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켄 리우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종이 동물원>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펼쳐지는 켄 리우의 세계를 마음껏 탐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켄 리우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새롭고 신선한 켄 리우의 이야기에 무한대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책에 밑줄 하나 안 긋는 책 애지중지파인 내가 과감히 부록인 다라 제도의 지도를 잘랐다.

그리고 옆에 펼쳐 놓고 책의 내용을 따라 가며 지도에서 장소를 확인해 가며

다라 제도의 일곱 나라 자나, 하안, 파사, 리마, 아무, 간, 코크루 간의,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그 나라들의 일곱 수호신들 간의

동맹과 배신 그리고 전쟁과 평화를 오고 가는 이야기를 따라갔다.

중국 진나라 말기의 초나라와 한나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제왕의 위엄>

아닌게 아니라 처음에는 천하통일을 이루려고 했고 실제 통일을 이뤘던 진시황제의 모습이

다라를 통일한 자나 제국의 마피데레 왕의 그림자에서 보여진다.

분서갱유를 연상케 하는 지식인과 사상탄압 사건과 불로불사하려는 노력까지 닮은 꼴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시황제만의 모습이 아닌 권력과 탐욕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일 뿐이기도 하다.

무시를 받던 자나의 레온, 훗날 육국을 모두 통일하는 제왕 마피데레가 되지만 그의 장기집권 아래

고통받던 속국들은 하나 둘 봉기를 일으킬 준비를 한다.

평범한 집안에서 공부보다 놀기와 사람을 좋아하는 천성 탓에 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 쿠니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선조와 부친의 복수만을 마음에 품고 자란 진두 가문의 마지막 후예 마타.

이들에게서 각각 유방과 항우의 모습이 슬쩍 슬쩍 비치는데 이들은 코크루의 수피 왕을 도와

제국으로부터 독립해 백성들의 소박한 꿈을 되찾고, 복수와 명예를 되찾고자 노력한다.

처음 후노 크리마와 조파 시긴에 의해 시작된 반란은 성공하는 듯 하지만 권력과 탐욕의 노예가 된

크리마로 인해 변질되고 뒤늦게 자나의 늙은 수장 나멘과 세무관이었던 마라나의 활약으로

자나 제국이 다시 승기를 잡는가 싶은 순간, 쿠니와 마타는 다시 일어선다.

과연 이들은 그들의 꿈을, 백성들의 꿈을, 민들레 왕조를 이룩할 수 있을까...

중국 역사소설인 '초한지'가 작은 씨앗이 되어 <제왕의 위엄>이라는 엄청난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절대 이 작품이 '초한지'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이것은 엄연히 독자적인 켄 리우의 이야기라는 사실은 읽어보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제왕의 위엄>을 보고 있자니 내친 김에 가물가물한 '초한지'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한다.

어쨌든 '초한지'와 <제왕의 위엄> 사이의 연결고리는 이 정도로 언급하고

다시 <제왕의 위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민들레 왕조라는 그 이름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어떤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민들레, 그 홀씨가 자유롭게 날아가 여기저기 앉는 모습은 또 어떤가,

그리고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이라고 한다.

그런 민들레를 보며 켄 리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와 꿈을 떠올렸고, 그것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평범한 그러나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인 민들레 홀씨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 꽃말처럼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나라를 꿈꾸지만 소설 속에서도 현실에도 그리 쉽지 많은 않다.

쿠니의 비유를 빌리자면 "흙에 뿌리를 박고 살면서도 하늘을 꿈꾸는 꽃이라는 거야. 꽃씨가 바람에 올라타면 민들레는 사람이 공들여 가꾼 장미나 울금향이나 만수국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서 훨씬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어.(354쪽)"

신화와 역사를 통해 거듭 전해주는 그 교훈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켄 리우의 소설은 그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복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재미와 감동을 더해서 말이다.

'세상에는 진짜라고 믿는 사람의 수가 충분히 많아지면 진짜가 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234쪽)',

'진실은 남에게서 들은 세상이 아니라 실제로 뛰어든 세상에 존재했다.(313쪽)'

작품 속 세상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상에서 유효한 이 문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또 해석될 수 있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유럽의 신화와 동양의 철학과 역사가 만난 SF의 모범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런 SF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그가 만들어낸 '실크펑크'라는 단어가

정말로 그의 작품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겠구나 싶다.

세상을 신들이 쓴 책이라는 표현이 이 책에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 책은 사람이 쓴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옛 이야기와 신화 그리고 역사를 가지고 가장 최첨단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켄 리우.

정말이지 이번에는 기억하라 내가 당부하지 않아도

모두가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작품 <제왕의 위엄>

나는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켄 리우의 이야기라면 무조건 들을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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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해요
조지 섀넌 지음, 유태은 그림, 루시드 폴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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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트린 첫 만남의 순간!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이를 안아 가슴에 눕혀

그 작디 작은 손을 향해 제 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아직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제 손가락을 꼬옥 쥐어 주었지요.

그렇게 우리는 손을 맞잡고 첫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뒤로 아이의 손은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어요.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의 손에 대한 그림책 <손으로 말해요>에서는

우리가 손으로 나눈 사랑스럽고도 다정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

이렇게 세 사람이 맞잡은 손은 서로를 이어줍니다.

사랑으로 말이에요.

손으로 사랑을 말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표지를 넘겨보니

모래 사장 위에 예쁜 조개껍질과 파도가 실어다 준 바다 친구들을

모아 예쁘게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는 소녀가 보입니다.

이 소녀의 가족이 오늘의 주인공이랍니다.

<손으로 말해요>는 손으로 사랑을 말하는 이 가족의 아침부터 밤까지를

따라가며 다양한 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아이들의 아침을 깨우는 엄마의 달콤한 손을 시작으로

아가와 걸음마하는 아빠 손 그리고 한 알 한 알 씨를 심는 손,

따끔따끔 가시를 뽑아 주는 엄마 손, 조마조마 자전거를 잡아 주는 아빠 손,

눈물을 닦아 주고 꼭 안아 주는 손, 나를 붙잡는 손,

아빠에게 한입 건네는 내 손, 책 읽는 손,

이불 덮어 주는 엄마 손, 잘 자라 뽀뽀하는 아빠 손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사랑이 담긴 손의 대화가 가득합니다.

제가 다 이야기하지 못한 손의 말들은 그림책으로 직접 만나 보세요.

저는 이 책을 보며 내 두 손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라는 놀라움과

그것도 참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구나 하는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제 두 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요.

나를 표현하는 손, 도움을 주는 손, 기쁨과 즐거움의 박수를 치는 손,

인사하는 손, 위로하는 손, 안아주고 잡아주는 손은 바로 다름 아닌 제 손의 말이기도 하고,

나를 향한 다른 사람의 손이 내게 건네는 이야기이기도 하더군요.

인간에게 언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손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그리고 고마움으로 다가오네요.

때로 수많은 입의 말보다 따뜻한 온기 가득한 손의 말이 얼마나 크고 따뜻하게 다가오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거라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이 갖는 의미는 그런 손처럼 따뜻하고 고맙습니다.

아이와 <손으로 말해요>를 함께 보며 우리가 손으로 나누는 손의 말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우리만의 손의 비밀 언어도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큰 도화지에 손도장도 찍어 보며 함께 엮어

우리만의 <손으로 말해요> 그림책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잠자리에 들어 이 책을 보면서 하루 동안 나눈 손의 이야기를 나누며

꿈나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 이 글을 쓴 조지 섀넌 작가님은 미국 워싱턴 주의 배인브리지 섬에 살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책을 쓰신답니다.

유태은 작가님의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이 조지 섀넌 작가님의 글과 잘 어우러져

<손으로 말해요>가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마지막으로 글을 옮겨주신 루시드 폴 님! 서정적인 가사를 쓰는 분답게

아름다운 글로 우리에게 전달해 주셨네요.

루시드 폴 님이 함께 사는 강아지와 매일 손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이야기에

손이란 교감하는 언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손이란 참 대단하지요?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그리고 동물과 식물들과도

어쩌면 아직 만나지 못한 외계의 다른 생명체와도 우리는 손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렇게 멋진 손을 가진 당신의 두 손에 건네고 싶은 책

<손으로 말해요>

이 책은 읽고 나면 곁에 있는 사람의 손에 당신의 손이

말을 걸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진 책이랍니다.

손만 내밀면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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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좋아? 민트래빗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선정 도서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김숙 옮김 / 민트래빗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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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아이들과 신랑이 먼저인 요즘

내가 뭘 좋아했던 사람인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거 큰일이네요.

저처럼 나보다 다른 사람 신경쓰느라 나를 놓친 친구들이

만나면 좋을 책 <넌 뭐가 좋아?>를 읽어 보았습니다.

표지에 고개를 살짝 기울인 오소리가

뭔가 궁금한 표정을 하고 있네요.

오늘의 주인공 숲속에 사는 오소리 친구입니다.

오소리는 어느날 풀만 더부룩한 뜰을 바라보다

밭을 만들기로 결심하지요.

맛있는 걸 심어 듬뿍 거둬들여 요리를 한 다음

친구를 초대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풀을 뽑으면서

무얼 심을까 열심히 생각합니다.


친구 꼬마 돼지가 좋아하는 감자를 심기로 하고

씨감자를 사러 마을로 내려가던 길에 꼬마 돼지를 만났네요.

신나서 꼬마 돼지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는 오소리.

앗! 그런데 꼬마 돼지는 마침 자기 밭에서 캔 감자를 한 가득 담아

오소리에게 주려고 오는 길이었네요.

오소리는 조금 실망한 채 꼬마 돼지가 준 감자를 가슴에 안고 집에 돌아옵니다.

다시 생각에 빠진 오소리! 이번엔 다람쥐가 좋아하는 사과나무로 결정!

그런데 이번에도 사과나무 모종을 사러 가는 길에 다람쥐를 만나고

다람쥐로부터 뒤뜰에 심은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 바구니를 건네 받지요.

친구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오소리는 토끼를 위해 당근을, 고슴도치를 위해 나무딸기를

심어보려고 하지만 매번 친구들에게 받기만 하게 되지요.

결국 뭘 심어야 할지 모르게 돼 화가 난 오소리!

그런 오소리에게 고슴도치는 말합니다.

뭐든지 네가 좋아하는 걸 만들라고, 그러면 자신이 기쁠거라고요.

그날 밤 오소리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기가 가장 만들고 싶은 걸 만들기로 했지요.

그게 무엇인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

친구들을 무척 좋아하는 오소리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저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할 때 무척 기쁘고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일 때가 많아요.

사실 인간이 이기적이라고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의 모든 사람들은

마음 속 자신의 자리를 그들에게 양보하지요.

상대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것은 반쪽짜리 기쁨일지도 모르겠어요.

내 안의 나와 내 안의 상대가 모두 기쁠 때 진짜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나를 사랑하는 상대라면 그 사람 안의 내가 기뻐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겠죠.

내 안의 나와 상대 안의 나를 향한 배려까지 그 모두를 품고

오늘의 주인공 오소리는 자신과 친구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물론 친구 고슴도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아... 이런 것이 진짜 사랑하는 사이, 친구가 아닐까요?

저도 엄마가 되고서 처음 한동안은 적응하느라

그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저를 잊고 살았습니다.

저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에게 내가 어떤 엄마로 보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내가 정말 행복한 엄마로 보일까하고 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대답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반쪽짜리 행복한 엄마가 아닌 진짜 행복한 엄마가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아이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그러니까 모두가 행복한 우리가 되는 법을

열심히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자신의 행복을 살짝 미뤄두고 다른 사람 생각에 여념이 없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그 사람만 바라보던 눈을 살짝만 돌려 자신을 찾아보고 들여다 보세요.

그리고 "넌 뭐가 좋아?"하고 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제 자신이 희미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보렵니다.

이 작은 그림책 <넌 뭐가 좋아?>가 품고 있는

정말로 커다란 행복의 의미, 진짜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를 회복하고 함께 행복지는 방법을 고민해 볼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뭐가 좋은가요?

이 질문이, 이 그림책이 행복해지는 작은 씨앗이고 주문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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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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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엄마 손을 잡고 백화점에 갔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모든 게 반짝이고, 좋은 향기가 나고, 일하는 모두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 속의 첫 백화점은 그랬다.

그 뒤로도 백화점은 특별한 날에 가는 특별한 곳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의 선물을 사러 갈 때면 나는 여전히 백화점에 간다.

특별한 내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는 기분 때문인 걸까?

그런데 여기 정말 특별하고 아니 기적과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는 백화점이 있다.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후도 서점>의 작가 무라야마 사키가

이번에 바로 그 백화점 이야기인 <백화의 마법>을 들고 왔다.


가자하야의 호시노 백화점.

전후의 불타 황폐한 가자하야의 황무지 위에

호시노 세이이치는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호시노 백화점을 개업한다.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라 사라진 마을을 힘을 모아 부활시키자는 상징의 백화점.

백화점의 꽃은 그 불굴의 생명력이 사람들의 염원과 그 실현의 상징에 적합해 들판의 나팔꽃이며

호시노 백화점의 로고는 푸른 나팔꽃에 둘러싸여 디자인 된 H.

Heart, Hope, Healing, 그리고 Home

'진심으로 고객을 상대하고 이 장소에서 내일로 가는 희망과 소소하게 치유되는 시간을 따스한 가정처럼 제공하는 백화점이 되겠다는 마음을 담은 상징'이다.

아닌게 아니라 호시노 백화점은 손님을 마음으로 대하는 직원들과,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해 계속 걷는 사람들이 있고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 머무는 곳.

게다가 무엇보다 이 곳에는 마법의 고양이가 있다. 만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고양이가 말이다.

이 책은 그 고양이를 만난 사람들의 증언록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핀란드에서 온 금발의 사쿠라가 엄마의 선물인 불에 탄 곰인형을 치료하도록 도와주며 그녀의 엄마가 꿈을 쫓던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에 역시 꿈을 따라 가족을 떠난 자신의 아빠를 떠올리는 엘리베이터 걸 이사나, 한 때 친구와 함께 가수를 꿈꾸던 젊은 날의 미련이 남아 있는 지하 1층 모모타 제화점의 사키코, 어린시절 백화점 옥상 유원지 회전목마 옆 벤치에 혼자 남겨진 채 그 뒤로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6층 귀금속 매장 플로어의 겐고 씨,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피해 다니던 그렇지만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결국 사랑까지 얻게 되는 별관 2층 자료실의 이치카, 백화점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는 갑툭튀인 말 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과 백화점을 살리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하는 컨시어지 유코와 창업가 일가족.

이들 모두 마법의 아기 고양이를 만난 사람들.

<백화의 마법>은 어떤 장소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오후도 서점>이 그랬던 것처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많은 부분이 전작을 닮아 있다. 하지만 감동은 새롭다.

두 소설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장소, 하얀 고양이,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또는 잃어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두 여자아이의 우정, 사람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를 만들고

하나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 함께 하는 하는 사람들이 겹쳐 보인다.

물론 <백화의 마법>이 마법의 고양이 덕분에 훨씬 신비롭고

백화점이라는 장소 덕분에 더 다양한 물건들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과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어 주는 주인공이 사랑스러운 컨시어지라는 점에서 다르고

그래서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호시노 백화점이 추구하는 4H는 다름아닌 이 작품 자체가 품고 있는 가치라고 해도

무방할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이 작품이 진심으로 독자를 상대하고 내일로 가는 희망과 소소하게 치유되는 시간을,

가정의 따스함을 담아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기적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해 줄 거라 믿기에

나는 무라야마 사키의 다음 작품도 분명 읽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데려가 주시려나 기대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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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성웅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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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꽃샘 추위에도 그저 연약해 보이기만 한 꽃망울들이 지지 않고

봄소식을 품고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서 오세요"하고 반갑게 봄과 그들에게서 어서 오라며 초대를 받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즐겁고 흥분되고 설레는 초대와 따뜻한 환영을 오늘 또 받았습니다.

여기 그림책 <어서 오세요>가 나와 당신을 향해 그 포근한 환영의 인사를 건넵니다.


여러 가지 사물과 사람들에 둘러 싸인 아이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어서 오세요"라며 맞아주는 표지를 넘겨 봅니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형태를 한 검은 존재가 뛰어오는 것 같이 어렴풋이 보이네요.

누구일까요?


다음 장을 보니 아이 하나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모양이네요.

남자와 여자, 아빠와 엄마가 만나

내 세상이 시작됩니다.

두 사람에서 출발해 세 사람이 되었네요.

나의 세상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전부일까요?

뭔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사랑이 있네요.

아차차, 비바람이 불어와 잃어버렸던 웃음도

캄캄해진 밤 놓친 길 그리고 그 길을 나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깜빡할 뻔했네요.

그 관계들 안에서 그렇게 아이는 성장해 갑니다.

이제 아이는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쪽으로 오라고 모두와 함께 사랑하고 웃으며 이 길을 걸어가자고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이 그림책은 한 존재가 세상과 맺어가는 관계를 보여주며

이 책을 보는 우리를 초대하며 끝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열어줍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새로운 존재에 대한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책이자,

그 존재로부터 독자가 다시 초대되는 관계의 순환을 보여주는

참 영민하면서도 따스한 온기 가득한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작가의 글과

오밀조밀하면서도 풍성한 따뜻함이 가득한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의 그림이

그림책의 제목처럼 서로를 환영하며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역시나 무엇 하나 우린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인가 봅니다. ^^

문득 아이들이란 작은 존재가 바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따뜻한 웃음, 벌린 팔, 잡아주는 손, 다정한 인사 같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사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우리가 서로에게 많이 인색한 것들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어른이 된 우리 역시 가정에서 시작된 관계의 영역을 넓혀가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환영을 받았을 테지요.

각박한 생활에 잃어버렸던 웃음도, 답답하고 어두운 현실에 놓쳐버린 꿈과 나아갈 길도

사람들 속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어서 오세요>가 건네는 다정하고 따뜻한 환영의 인사는

이 세상 모두에게 당신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것은 이렇게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라는 것과

동시에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어서 오세요>

당신도 이 책에게서, 이 책도 당신에게서 서로 환영의 인사를 나누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저도 건네봅니다.

어서 오세요! *^^*

참, 책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일러스트 페이퍼북도 정말 소장가치 1000000%!!라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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