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갈 수 있어 키다리 그림책 67
현이지 지음 / 키다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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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갈 수 있어>라는 제목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도 결연해 보여 그 의지가 그림책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표지.

아이의 머리 위로 아이를 닮은 것 같은 동물의 별자리가 아이의 수호성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혼자 갈 수 있어'라는 아이의 단호한 결심은 이루어질까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늘 동행하는 할아버지가 오늘따라 늦으시네요.

나는 슬슬 마음에 시동을 걸어봅니다.

왜냐하면 아직 집에 혼자 가 본 적이 없거든요.

혼자서 뭔가를 시도하겠다는 아이의 마음은 설렘과 불안을 오가다 마침내 스스로를 믿어 보기로 하지요.

때마침 도착한 할아버지에게 혼자 가겠다고 선언을 하고서 쌩하니 출발하는 모습은 어른들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만 같네요.



살짝 긴장한 탓일까요?

조금 헤매기도 하고, 길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면서 그렇게 조금씩 집으로 가까워지는 아이.

혼자서 돌아가는 집으로 가는 길은 여느 때의 길과는 전혀 달라 보입니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가는 아이 역시 이전과는 달라 보이는군요.



얼핏 아이의 이 도전은 완벽한 혼자만의 성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이의 뒤 어디쯤엔가는 분명 할아버지가 따라 오고 계십니다.

그리고 혼자 돌아가는 길에 만난 친구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함께 동행해주지요.

아이가 혼자여도 괜찮은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문득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아이의 홀로서기를 묵묵히 믿음의 눈으로 지켜봐주는 어른들이 많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훌쩍!하고 세계를 건너 뛰는 것만 같은 이 도약의 장면은 저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요.

혼자서 혼자를 돌파하는 것만 같기도 하고, 성장의 큰 걸음을 성큼하고 내딛는 것만 같기도 해서 두근거렸거든요.

아이의 세상인 환상의 세상과 어른의 세상인 현실의 세상을 뛰어 넘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아이의 꿈을 따라가고 싶어지네요.

혼자가 되는 아이의 첫번째 시도는 빛나는 용기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마음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혼자이기를 선택하고 세상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통과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혼자서 혼자를 돌파하고, 가다 넘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이 아이가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고 저는 믿어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혼자서 뭔가를 해야 할 때마다 다시 아이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듭 아이가 되고 거듭 성장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살아가는 일이 끊임없이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기도 해서 그렇겠지만요.

오늘 또 넘어졌다면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혼자 일어섰던 내 안의 아이와 함께 말이에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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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선물 - The Big Present, 2022 도서 부분 iJungle Illustration Awards 수상작
이소루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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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한 여름을 코 앞에 두고서 아주 특별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눈 위에 찍힌 발자국 같이 보이는 음각된 제목이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표지.

눈이라 차가울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만져보고 싶은 따스함이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모두에게 그 제목처럼 커다란 선물이 되어 줄 <커다란 선물>

그림책 안에 어떤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하얗게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 볼게요.



지칠대로 지친 하루의 끝.

손끝 하나 까딱하기 힘들만큼 나를 모두 소진하고 간신히 돌아온 집.

그런 날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마도 오로지 나만을 생각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 누군가로 작가님은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나를 향한 할머니의 다정한 눈길, 온기 어린 손길, 애정어린 말 한 마디, 낮게 흥얼거리는 자장가, 그리고 나를 위한 기도에 어느새 마음의 피로와 외로움은 조금씩 사라지는데요.



창 밖으로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는 눈송이들의 가벼운 몸짓은 참 맑고 반짝입니다.

하얗고 정결한 마음 같은 눈.

소복소복 쌓이는 한 송이 한 송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깨끗해지고 차분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런 투명하고 가벼운 마음이기에 세상을 짓누르거나 지워버린다기 보다 안락하게 덮어주는 이불 같은 자장가로, 꾸밈없는 진심이 담긴 기도로 다가오는군요.



곁에 없지만 또 곁에 함께 있기도 한 마음을 통과하는 할머니의 부드러운 자장가와 달라는 부탁이 아닌 내어주는 기도가 눈이 되어 내립니다.

그 노랫소리와 기도가 온통 세상에 내리는 모습을 보며 슬픔은 어느새 사라지고 위로와 평안으로 채워진 마음.

주홍빛 노을 지는 어느 늦은 겨울 오후에서 따스한 하얀 눈이 내리는 푸르스름한 밤을 지나 희미한 빛들이 선명해지는 아침까지 푸근하고 아늑한 품에서 이토록 평온하게 잠든 시간.

제게는 그 크기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이 커다란 선물이 한 사람의 마음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존재함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내게도 이런 경험이 가능함을 그리고 이 특별한 선물을 나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 같은 자장가와 나를 위한 축복과 감사의 기도가 한 송이 한 송이 우리 마음에 고요하게 내리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요.

이보다 더 커다란 선물이 또 있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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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작은 새
로랑 모로 지음, 박새한 옮김 / 베로니카이펙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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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사로잡는 쨍한 색감에 아기와 새라는 귀여운 존재가 주는 귀여움이 마음에 호기심을 일으키는 표지.

그림책 <안녕, 나의 작은 새>는 제 마음 속 호기심에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는데요.

아이와 노란 새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안녕'하고 인사를 나누며 그림책을 열어 봅니다.



노란 새 한 마리가 파란 알을 품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품고 있던 파란 알에서 '뿅'하고 아기가 태어났어요.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노란 새는 깜짝 놀라고 마는데요.

이렇게 한 생명과의 만남은 정말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랍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노란 새는 어쩔 줄 몰라 종종 거리며 그저 아이를 바라보며 쓰다듬어주는데요.

아이는 노란 새 등에 업히기도 하고, 세상을 보려고 눈을 크게 뜨기도 하고, 세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지요.

비록 지금은 곁에 있지만 언젠가 스스로 날갯짓을 해 날아갈 거예요.

그때까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신나게 쌓아가는 새와 아이.

그러다가 문득 강에 다다르고 물에 비친 둘의 다른 모습을 보아요.

아이는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책에는 질문이 나와있지 않지만 그림책을 보는 우리들은 그 질문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데요.

가족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해줘서 저도 모르게 품에 안은 아이를 더 꼭 안아주었어요.


<안녕, 나의 작은 새>를 보며 자연스레 처음 아이를 만난 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시간들이 그림책 한 장 한 장과 함께 흘러가더군요.

낯설지만 벅찬 첫 만남부터 날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신비한 마법 같은 날들이 하루 하루 지나가는데요.

어느 순간 성장한 아이의 질문 덕분에 노란 새와 아이는 진짜 가족이 되는 기적을 이루지요.

아이의 질문이 던진 파장은 노란 새의 마음에서 시작돼 제 마음까지 번져오더군요.

알을 품고 있기에 당연히 어미 새라고 생각했던 새의 정체성이 확대되면서 그림책의 그림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태교 그림책이나, 출산을 앞둔 엄마나 아빠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몇 장 보다가 아이가 강에 다다라 질문을 던진 장면을 보고는 이 그림책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는 걸 경험했는데요.

서로 전혀 닮지 않은 것을 넘어 전혀 다른 종의 두 생명이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이토록 또렷하게 다가올 수 있음에 놀랍기도 했지요.

사실 아이가 찾아온 이후로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지만 정말 순간 순간 나와 다른 하나의 인격체임을 발견할 때마다 짜릿짜릿한 엄마로서 참 많은 감정들이 오가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목과 표지가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색상의 선명함 덕분에 감동도 선명한 그림책이라는 생각도 더불어 했고요.

뱃속의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아도, 아이가 한 장 한 장 넘겨주며 아빠와 보아도, 새로 가족이 된 양육자와 아이가 보아도 좋은 그림책 <안녕, 나의 작은 새>

이 그림책을 함께 보는 서로가 서로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싶어질 거예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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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탁이 사라졌어요!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피터 H. 레이놀즈 지음, 류재향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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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식탁이 사라졌대요!

다른 건 그대로인데 식탁만 사라지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도둑이 훔쳐간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 식탁에 마법이라도 건 걸까요?

식탁이 사라진 이유도 궁금하고, 식탁을 되찾았을지도 궁금하게 하는 그림책 <우리 집 식탁이 사라졌어요!>

명탐정이 나타나 사건을 해결해 줄지, 아니면 마법처럼 다시 뿅하고 나타날지 부디 사라진 식탁이 나타나길 바라며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바이올렛은 식탁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따뜻한 음식과 더불어 나눈 마음들 그리고 주고 받은 말들과 오고 간 눈빛들로 몸과 마음이 채워지는 아름답고 감사한 추억들로 가득한 순간들.

그런데 요즘 들어 바이올렛은 혼자 식탁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아졌지요.



가족 모두가 각자의 일로 바쁜 탓에 식탁에 모두 모이기 점점 어려워진 거예요.

아빠는 커다란 TV 화면 앞에 앉아 있고, 엄마는 휴대 전화를 하며 계단에 , 오빠는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자기 방에 있습니다.

바이올렛만이 외로운 걸까요?

모두 식탁에서 함께 했던 시간이 그립지 않은 걸까요?



그러던 어느 날, 바이올렛은 깜짝 놀라는데요.

식탁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매일 줄어들던 식탁은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바이올렛은 결심을 하고 바로 실행해 옮기지요.

가족들을 차례로 찾아가 어떤 부탁을 하는 바이올렛.

과연 바이올렛은 사라진 식탁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를 바라보던 그 식탁에서 보낸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어쩌면 유일한 시간과 장소.

식사와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와 기능만을 하는 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채우고 채워주는 그런 곳이 아닌가 싶은데요.

바쁘다는 이유로 식탁에 모이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는 요즘의 우리를 보면서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사랑과 관심을 주는 일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식탁에서의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에 처해있음을 직감하는 것은 역시나 정서적 민감성이 가장 살아 있는 아이들이네요.

또 흩어진 모두를 하나로 모이게 만드는 사람 역시 바로 아이들이라는 점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어떤 발견이기를 바라게 되는군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육체와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감정의 풍성한 교류를 하는 식탁의 시간일 거예요.

이어져 있는 것 같지만 불투명한 관계에 매달리기보다 바로 곁에 있는, 나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고,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탁에 앉는 일.

세월이 흐르고 많은 것들이 변한다고 해도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식탁'을 다시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 속에 희망도 차곡차곡 더해지는 것 같았는데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의 식탁'에서의 시간이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아서 힘이 나는군요.

오늘도 모두가 '우리의 식탁'에서 풍성한 나눔과 채움의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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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어린이문학방 13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여유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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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로 태어난 저는 동생들이 무척 부러울 때가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동생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야기들을 보는 게 무척 흥미로운 일이랍니다.

여기 열한 살 오빠를 영원히 마음 속에 담고 살아가는 여동생의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또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죠.

게다가 작가 사노 요코가 바로 그 여동생이라니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네요.

남매가 함께 그 소중한 날들의 기록이 별처럼 반짝거리는 책,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영원히 열한 살인 오빠를 위해'

할머니가 된 여동생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오빠는 여전히 해맑게 웃는 열한 살 얼굴 그대로입니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늘 여동생의 마음 속에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오빠.

생이 온통 반짝이는 호기심과 상상으로 충만하던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시간은 짧을지언정 그 밀도만큼은 어마어마했겠지요.



그 빛나는 어린시절의 두 아이가 쌓아올린 상상의 세계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답니다.

둘 중 홍역에 걸린 쪽이 어느 쪽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 한 몸 같았던 병원에서의 일을 기록한 '홍역',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다가 자신들의 상상으로 끌어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한 편의 멋진 연극을 본 듯한 '여우', 자신만의 상상친구가 있는 오빠의 상상을 질투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다 결국 인정해주는 '관람차', 그만 꼴깍 삼켜버린 감씨가 몸 속에서 자라 뿔을 갖게 된 두 아이의 환상적인 꿈 이야기 '사슴', 오빠랑 둘이 목욕할 때마다 함께 하는 기차놀이를 오빠가 떠난 후 혼자 하는 쓸쓸하면서도 그렇게 단단한 하나가 되어가는 여동생의 마음이 코 끝을 찡하게 하는 '기차'까지 모두 다섯 개의 이야기를 여동생인 사노 요코 작가의 입장에서 서술해 놓았는데요.

이야기 하나 하나에서 펼쳐 보여주는 아이들의 상상도 놀랍지만 마치 서로 한 몸인 것처럼 마음이 통하는 사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 더 놀라웠어요.



저는 오빠가 없지만 오빠 껌딱지라는 말이 정말 딱 그대로인 저희 집 둘째를 보면 이야깃속 남매가 어떠했을지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네요.

오빠를 따라다니며 좋아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흉내내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다가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그 특별하고 소중한 이 시간들을 이제는 어른이 된 여동생이 추억해 가는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들을 수만 있다면 나중에 제 아이들이 기억하는 둘만의 놀이와 상상의 시간들을 꼭 듣고 싶습니다.

책 속의 두 남매처럼 이렇게 기발하고 사랑스럽겠지요. ^^



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제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게도 되는데요.

동생들과 했던 놀이 그리고 나눴던 상상의 이야기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며 내게도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음에 흥분이 되기도 하고,설레기도 하네요.

동생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보고나서 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는데요.

우리가 서로의 어린시절에 존재했음을, 그 일부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고 고맙다고요.

제 품 안의 오빠인 1호와 여동생인 2호도 서로에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오기를 바라봅니다.

네가 있어서 즐거웠다고, 외롭지 않았다고 말이에요.

언젠가 훗날 서로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서로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될 거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는 두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게 그저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엄마도 모르는 둘만의 서로가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데요.

이 책의 남매를 보며 혼자만의 상상도 즐겁지만 둘의 상상이 더해진 세계는 더 크고 단단한 힘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런 둘만의 상상을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그때를 추억하는 애틋한 그리움이 이야기가 되어 가득 밀려옵니다.

그 이야기의 물결에 마음을 살짝 담가 보세요.

마음을 간지럽히는 상상의 출렁임에 미소짓게 되실 거예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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