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선물 - The Big Present, 2022 도서 부분 iJungle Illustration Awards 수상작
이소루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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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한 여름을 코 앞에 두고서 아주 특별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눈 위에 찍힌 발자국 같이 보이는 음각된 제목이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표지.

눈이라 차가울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만져보고 싶은 따스함이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모두에게 그 제목처럼 커다란 선물이 되어 줄 <커다란 선물>

그림책 안에 어떤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하얗게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 볼게요.



지칠대로 지친 하루의 끝.

손끝 하나 까딱하기 힘들만큼 나를 모두 소진하고 간신히 돌아온 집.

그런 날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마도 오로지 나만을 생각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런 누군가로 작가님은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나를 향한 할머니의 다정한 눈길, 온기 어린 손길, 애정어린 말 한 마디, 낮게 흥얼거리는 자장가, 그리고 나를 위한 기도에 어느새 마음의 피로와 외로움은 조금씩 사라지는데요.



창 밖으로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는 눈송이들의 가벼운 몸짓은 참 맑고 반짝입니다.

하얗고 정결한 마음 같은 눈.

소복소복 쌓이는 한 송이 한 송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깨끗해지고 차분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런 투명하고 가벼운 마음이기에 세상을 짓누르거나 지워버린다기 보다 안락하게 덮어주는 이불 같은 자장가로, 꾸밈없는 진심이 담긴 기도로 다가오는군요.



곁에 없지만 또 곁에 함께 있기도 한 마음을 통과하는 할머니의 부드러운 자장가와 달라는 부탁이 아닌 내어주는 기도가 눈이 되어 내립니다.

그 노랫소리와 기도가 온통 세상에 내리는 모습을 보며 슬픔은 어느새 사라지고 위로와 평안으로 채워진 마음.

주홍빛 노을 지는 어느 늦은 겨울 오후에서 따스한 하얀 눈이 내리는 푸르스름한 밤을 지나 희미한 빛들이 선명해지는 아침까지 푸근하고 아늑한 품에서 이토록 평온하게 잠든 시간.

제게는 그 크기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이 커다란 선물이 한 사람의 마음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존재함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내게도 이런 경험이 가능함을 그리고 이 특별한 선물을 나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 같은 자장가와 나를 위한 축복과 감사의 기도가 한 송이 한 송이 우리 마음에 고요하게 내리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요.

이보다 더 커다란 선물이 또 있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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