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에 포함되느니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남은 인생을 조용히 정리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이것은 용기가 아니다. 도피는 용기가 아니다. 총칼로 무장한 권력 집단에 굴복하느니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버리고 동굴에 유리되겠다는 선각자적인 회피는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도피가 용기라면 자살을 결심한 사람만큼 용감한 자는 없을 것이다. - P195
용감한 도피는 좌절과 허무에서 비롯된다. 시골로 내려가는 것은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두려워서다. 어떤 사람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물러서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도피가 아니라고 한다.그러나 기다림 또한 피동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적당한시기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지금이 적당한 그때인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시대가 아닌 나자신이다.그렇게 우리는 용기를 상실했다. 상실한 것이 아니라면 감추고 있는 것이다. - P196
우리가 용기의 이름을 부르지 않더라도 용기는 자신의날에 스스로 일어날 것이다. 한 사람의 용기가 위대한 이유는 그의 용기가 다른 사람의 용기도 깨우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리스도의 용기가 무지한 자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주었듯이 나의 용기가 이시대를 구원할 수도 있다. - P197
오니리오를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제조 일자가 인쇄된 종이갑의 한 면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11.02.11은 2011년 2월 11일에 제조됐다는 뜻이다. 그 옆으로 나란히 찍힌 숫자 31.01.12는2012년 1월 31일을 뜻한다. 이 날짜 위에는 ‘Best before‘라고적혀 있었다.최상의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버렸다. 그게 어떤 최상의 시기이든.그래도,지훈은 중얼거렸다.마셔야만 하지 않을까?그 캡슐 안에 2011년 봄의 맛이 담겨있다면 - P187
제주도 여행갔을 때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던 숙소 서가에 비치돼있던 책이다. 제목이 매력있어서 집었다가 바쁜 여행일정에도 2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최근엔 친구가 오디오북으로 들었다고 해서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다. 잊지 않도록 기억하는중. 다음 주에 그 친구를 만나면 평을 물어봐야지
전공자도 아닌 작가가 어떻게 이런 이해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래서인지 전혀 다른 전공자가 읽기에 부담이 적었다.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현대 과학이론으로 올 수록 이게 과학인지 철학인지 헷갈릴 정도이기도 했다. 하지맞 전반적으로 굉장히 유익했다. 중간중간 숫자에 오류가 있어 수정판이 나온다면 반영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밤에 귀가할 때 하늘 한번씩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