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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평점 :
어느 날 좋은 일요일, 머리를 잘라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여러 차례 읽기로 다짐했던 책을 후루룩 읽었다. 깊이 생각하고싶은 날은 아니어 읽고 바로 덮었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여운이 깊게 남았다. 이 기억이 또 한 주의 힘이 될 수 있기를
그때, 잉가 테이트에게 뭐라고 대답할지, 혹시라도 운 좋게 아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들에게 뭐라고 얘기할지에 대해 마음먹었다. 내게 닥친 일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하며 살아왔다고,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고 말해줄 것이다. 어떤 존재가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해줄 것이다. 월이 가르쳐주었듯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려고노력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말해줄 것이다. 물론 걸림돌을 무릅쓰며 멈추지 않고 흘러왔다는게 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강물처럼 나 역시 나를 다른 존재들과 이어주는 작은 조각들을 모으면서 살아왔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손바닥에는 흙 두 줌이 쥐여져 있고, 심장은 여전히 삶을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나라는 존재를 형성한 건내 고향이었다. 떠나보낸 가족, 떠나보낸 사랑, 몇 없는 친구, 나를살아가게 해준 나무들과 내게 안식처를 제공해 준 모든 나무,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한 모든 생명과 내 어깨에 내려앉은 모든 빗방울과 눈송이와, 하늘을 가른 모든 바람, 내 발이 닿은 모든 굽잇길과 내 손과 머리를 얹은 모든 곳과 지금 내 앞에 있는 것과 같은 모든 개울, 모든 생물과 조화롭게 주고받으며 산비탈에서 쏟아져나오고 중력을 얻고 소용돌이 치며 다음 굽이로 밀고나가는 개울이라는 고향.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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