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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품절
#선량한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선량한차별주의자리뷰대회
나는 동아시아에 있는 대한민국의 남성이다. 그곳의 지방 대학을 나왔고 현재 비정규직 대학 강사다. 월급은 대한민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좋은 부모님 덕분에 내 집(아직 부모님 소유이기는 하지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적을 가진 여성과 국제결혼을 했다. 또 나는 교회를 다니는 크리스천이다. 그 교회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 범주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내가 처한 사회적 위치는 어디쯤일까? 지방 대학을 나왔고 돈 없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는 점에서 나는 차별 받는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차별 받는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고 여성의 권리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져 본 적도 있다. 이 책에서 예시로 나온 힘없는 남성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남자라는 것, 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집이 있다는 것 등, 누군가에게는 없는 특권이 나에게 있기도 하다.
한국어 강사인 내 직업 특성상 나는 많은 이주민들을 만난다. 주로 유학생을 만나지만 이주노동자나 이주 여성을 만나기도 한다. 한국에 얼마나 머무느냐에 따라 한국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달라진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대체로 한국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별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사람들은 차별을 느낀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은데 동남아를 비롯하여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소득이 낮은 곳에서 온 사람들은 차별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실 나는 차별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고 생각해 왔다. 여러 이주민들을 만나면서 다문화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여겼다. 교회를 다니면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배웠고 봉사 활동을 가기도 했다. 또 여성의 입장에 서서 배려하는 남성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모난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앞에서 밝혔듯이 피해 의식을 가진 남성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나를 발견하였고 한국어 강사이지만 낯선 이주민에 대해 차별적인 마음을 가진 나를 발견한다. 아내를 존중한다 하면서 위에 있으려 하는 나를 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동성애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크리스천이라서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의하기가 힘들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나는 아직도 많이 멀었나 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하기에 더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무지에서 차별과 혐오가 나온다. 요즘 나라가 많이 시끄럽다. 양극단으로 치우치고 쉽게 선동 당하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나는 그 이유가 사람들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와 같은 책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모습을 직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솔직히 말하고 대화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에서부터 이 땅의 차별과 갈등이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