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구모권선희문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38
정지진 지음, 이정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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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를 떠올리면 뭔가 대단해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것을 읽었다고 하거나 인용하면 뭔가 있어 보인다. 우리 안에 은연중에 서양, 유럽의 것이라고 하면 대단해 보이는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동양의 고전을 떠올리면 고루하게 느껴지고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한문도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우리말의 상당수가 한자어임에도 이제 한자를 읽고 쓰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의 문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전을 익히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또 중국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중국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중국이 너무 자기 중심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 속에서 중국이 싫든 좋든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동아시아문화권에 속해 있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국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또 중국의 고전은 우리의 문화 속에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혹 모른다고 하더라도 유비, 관우, 장비, 손오공은 알 것이다. 우리가 쓰는 일상의 언어에서도 중국의 사자성어가 인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중국의 고전을 읽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목련구모권선희문은 유교와 불교, 도교의 철학을 한 대 모은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 희곡이라고 한다. 사실 서평단을 신청하고 이 책을 받기 전까지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무척이나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동서양을 넘어 고전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사상이나 종교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어머니를 구하겠다는 효를 다룬 내용은 다른 여러 국가의 설화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 또 이승과 천상 세계를 다룬 것도 묘사는 차이가 있으나 여러 나라의 신화에서도 보인다. 단테의 신곡을 연상시킨다는 책 소개글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바리데기 설화도 떠올랐다. 돌아가신 부모를 위해 저승에 가는 바리데기의 이야기는 카카오 웹툰으로도 각색되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연상되는 부분도 있었다. 또 동양에도 희곡과 같은 형식이 있다는 것이 무척 신선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경극, 마당극, 인형극 등 아시아에서도 연극은 존재했다. 왜 그 원형을 서양이라고만 생각했는지 나도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이번 서평단에서 상권만 받았는데 하권도 구입할 생각이다. 정말 이 작품을 번역하고 정리한 분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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