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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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국문과를 나오고 나름 책을 읽었다면 읽었지만 여전히 문학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뭔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내 삶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문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렇지만 문학하면 느껴지는 정서가 있다. 그리움? 아련함? 해질 녘에 의자에 앉아 노을을 보며 드는 노곤함, 안식, 피곤, 내게 문학은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문학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가 문학을 언급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그런 생각이 났다. 이 책은 분명 산문집이지만 시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했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했다. 다양한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차이도 있었는데 절망이 처절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가난이 뼛속까지 와닿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고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튀르키예라는 조금은 낯선 나라의 문학과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또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군부 정권, 노동자, 가깝게는 세월호까지, 2024년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지만...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결국 문학, 글쓰기, 작가, 이 단어가 나에게 가장 남는 말이었다.

난 작가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서 그런 작품을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국문과에 갔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책 중간에 은퇴를 말하지만 나는 데뷔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만의 작품을 써 봐야지 하면서 시간만 흐르고 나이만 먹고 있다. 이게 은근히 내 마음 한 켠에 남았나 보다. 이러한 나의 정서가 이 글과 뭔가 맞다. 마치 내가 쓴 일기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했다. 술은 안 마시는데 마치 함께 술잔을 나누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뭐랄까? 참 맛있는, 운치가 있는 책이다. 왜 교유당에서 서포터즈의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선정했는지 알 것 같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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