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예전의 학교의 모습을 묘사한 ‘말죽거리잔혹사’라는 영화를 보면 완장을 차고 다른 학생들 위에 군림하던 선도부가 등장한다. 학생들에게 행하는 횡포가 무지막지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에는 완장을 차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을 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완장만 없다뿐이지 자신의 지위에 취해 남들 위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이 책은 저수지 관리인으로 임명된 주인공이 완장을 차고 다니며 일어나는 일을 묘사한 소설이다. 1983년에 현대문학상을 받은 소설로 이번에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전라도 사투리가 진하게 나타나며 고전 소설 같은 해학적인 느낌이 가득한 소설이다.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는데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8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다 보니 어두운 시대적 배경을 풍자한 듯한 느낌이 든다.어찌 보면 완장을 찬 것은 아무것도 아닌데 그것에 취한 사람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80년대, 아니 60~70년, 해방 이후,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권력에 취한 사람들이 많다. 정치뿐만 아니라 노동계, 학교 등에서도 온통 억압적인 분위기가 가득했을 것이다. 권위를 세우는 것은 분명 필요하나 지나치면 폭력이 된다. 이 소설은 그러한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으며 그것의 허망함 또한 잘 드러낸다. 그렇지만 그것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밉지만은 않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2024년,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4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벌써 4번이나 강산이 변했을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그때 형태는 다르지만 완장을 찬 주인공과 같은 누군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완장을 찬 주인공의 모습이 있지는 않은가? 문학은 시대를 초월하여 메시지를 던지기에 그 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