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아버지! 나에게도 그리운 이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시간은 참 빨리 간다.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아버지를 잊고 살 때가 많았다. 설날을 맞아 아버지를 모신 가족묘에 가 보니 마음이 새롭다. 아버지와의 좋았던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지금은 다 그립다. 아버지가 정말 보고 싶다.

 

이 책은 주인공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이야기이다. 이 설명만 들으면 특별한 것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결코 가벼운 인물이 아니다. 빨치산!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나는 조금 거부감이 든다. 어린 세대에게는 이제는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남북이 분단된 지도 벌써 7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지만 이 땅의 통일은 여전히 요원하다. 지금도 좌파니 우파니 해묵은 갈등은 진행형이다. 솔직히 이 말도 조심스럽다. 이렇게 말했다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사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공의 아버지 세대 때는 오죽했겠는가?

 

빨치산!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어 지리산 등지에서 투쟁한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사실 많이 생소했다. 내게 있어서 그들은 역사에 등장하는 작은 점에 불과했다.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는 1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깟 이념이 무엇인지 어제의 친구를 죽이기도 하는 현실이었다. 또 내 가족이 빨치산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고통받았던 주인공과 같은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누가 옳고 그르다를 말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해방 이후,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아버지의 삶을 통해 등장시키면서 그저 이들도 우리의 평범한 이웃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이 구사하는 구수한 사투리를 통해 바로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는 것도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어쩌면 이들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되었다. 아버지 생각도 나면서도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또 이들을 연좌제로 몰아가는 사회가 싫기도 하고, 이래저래 복잡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양한 사상을 가진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마다 다양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나처럼 눈물 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번 손에 잡으면 그 자리에서 읽게 되는 흥미로운 소설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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