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사료편찬관
마엘 르누아르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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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는 아직 왕이 존재하는 나라가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영국과 같은 유럽의 일부 국가나 천황이 있는 일본이 그러하다. 대부분 현대 사회로 오면서 왕의 힘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왕이 존재한다는 것은 뭔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왕이 사라졌기에 그러한 체제를 보면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왕의 힘이 강한 나라도 존재한다.

 

사실 모로코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이번 월드컵을 거치며 모로코에 대해서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4강을 이룬 이 나라는 북아프리카에 속하여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마주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왕이 존재하며 심지어 왕의 힘도 상당히 강력한 국가라고 한다. 또 이슬람 국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모로코를 배경으로 하여 서술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압데라마네 엘자립은 평민 출신으로 어린 시절 모로코의 왕세자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학교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출신 성분으로 인해 큰 출세는 기대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사건을 거쳐 결국 왕국의 사료편찬관이 된다. 그 과정 가운데 때로는 좌천되기도 하고 왕의 눈치를 보기도 하였다. 이 소설은 왕이 있는 국가에서 신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기술하였다. 매우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독자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유머스러운 상황도 연출하여 책을 읽다가 소리 내어 웃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왕정이라는 체제가 잘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 중에 여전히 왕이 존재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만들어진 드라마도 있다. 그러한 드라마를 보면 막연하게 우리도 영국과 같이 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러한 생각이 싹 사라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이 책을 받아들이는 시선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평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신분 상승에 한계를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을 엿보며 신분은 사라졌지만 가정 형편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따라 계급이 구분되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기도 했다. 또 잘 알지 못했던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근현대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모로코가 프랑스의 보호령을 거친 나라이기에 일제 강점기를 거친 우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슬람, 아랍권의 문화는 잘 모르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잘 나타나서 좋았다. 여러모로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참 재미있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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