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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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국립국어원에서 진행한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수어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 번의 강의로 농인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의 부모님이 농인이라는 사실이 더 인상깊게 다가왔다. 참고로 농인의 자녀는 코다라고 칭한다고 한다. 그리고 농인의 입장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청인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러한 용어들부터 생소하게 다가왔다. 예전에 강의를 들었지만 난 잊고 있었다.

 

이 책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성, 이주노동자, 재일조선인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차별받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우리는 그 작품들 속에서 우리의 왜곡된 시선을 살필 수 있다. 농인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놀라는 나를 발견하며 놀랐다. 그리고 아픔에 공감한다면서 쉽게 던지는 말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그러한 잘못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다양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고 편견에 맞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도 등장한다. 이 책은 나의 세계를 한층 더 넓혀주었다.

 

난 예전에 국회에서 지금은 사라진 전경(전투경찰순경)으로 군생활을 했었다. 그때 국회 안에서 기습적으로 시위했던 장애인 단체나 여성 단체를 만나 본 적이 있다. 그런 시위가 일어나면 이런저런 귀찮은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끼리 그들을 참 성가시게 여겼었다. 그때는 그들이 왜 그런 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나의 시선은 나의 편함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상대적 소수자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혹 우리가 그들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 난 여전히 무지하다. 이 책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상대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그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들이 많다. 그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내기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소수자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나와 다른 모두에게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책이다. 누구나 읽어 봐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차별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라도 진정으로 소수자의 고통에 공감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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