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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 -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김인숙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6월
평점 :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참 어렵다. 그렇다고 타인의 평가를 받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난 교회 생활을 오래해 왔는데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 한국어 강사를 하다 보니 1년에 두 번은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다. 좋은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지만 비판적인 평가도 있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고 해도 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들으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야 발전이 있고 조금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한 나라와 시대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기에 가끔은 객관적인 시각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의 시선이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을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조선 말기, 한창 혼란스러운 시기에 조선을 살피고 기록한 서양인들의 서적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선을 기록하고 소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책 속의 짧은 한 대목에서부터 그림과 함께 상세히 소개한 책들까지 그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편견에서 비롯된 불쾌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뼈를 때리는 내용도 있었다. 이처럼 당시 근대 조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하여 인터넷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무수히 많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자유롭게 기록을 남기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선을 언급한 짧은 문장, 그리고 사진 한 컷만 있어도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물론 그 자료의 중요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시절, 그 현장 속으로 조금이나마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한류가 대세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쓴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현재 잘나가고 있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현재 힘들다고 해서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책,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미처 몰랐던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