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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나는 문과생이다. 그래서 과학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과학에 관심이 있다.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끊임없이 연구하며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고자 애쓰는 과학자들의 대단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은 우리의 일상과 매우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오늘날의 컴퓨터가 있고 스마트폰이 있는 것이지 않은가?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수학이나 과학에 조금은 더 열심을 내었을지도 모른다. 알면 알수록 과학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기존의 과학책과는 조금은 결을 달리한다.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다. 요즘은 과학자가 인문학을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공대생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과학자도 시나 소설을 쓸 수 있고 가을날 감성에 젖어 눈물 흘릴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이 책은 분명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저자의 감상을 적은 수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의 뛰어난 과학적 지식과 일상에 대한 감수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색달랐고 그래서 더 특별했다.
나는 이 책을 천천히 나눠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바빠서이기도 했지만 과학 서적은 한 번에 몰아서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이론을 제시해서인가? 뭔가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시적이다. 예를 들어 ‘공명’이라는 제목의 장에서 부제를 ‘너와 나의 진동수가 같아지는 순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 얼마나 시적인가? 과학자이면서도 문학적인 사람을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정말 과학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 정말 그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주변을 바라볼 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통해서 본다. 나는 한국어 강사니까 자연스레 언어학이나 유학생의 시선으로 일상을 볼 때가 많다. 저자는 과학자이므로 모든 것을 과학 이론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일상과 거기에 대한 과학적 이론의 소개가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나타난다. 이것이 문과생인 나에게는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특히 이 책에서 과학자의 노트가 좋았다. 총 11개의 노트가 있는데 나도 논문을 쓰는 연구생이라 그런지 과학자들의 논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 석사 논문도 누군가의 비판과 검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 ㅋㅋㅋ 그리고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에 대해 쓴 글도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를 보기도 했고 유튜브를 통해 여러 비평을 접했기에 저자의 관점을 더 유심히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다. 과학자의 시선과 시인이 함께 존재하며 이 시대의 트렌드가 나타나고 또 시대를 꽤 뚫는 통찰이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비빔밥이 섞여서 더 맛있는 것처럼 아주 좋은 맛을 낸다. 누군가가 과학 서적을 처음 접하는데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나 같은 문과생에게도 참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물론 과학 초보자라면 노력은 많이 해야 하겠지만^^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