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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평점 :
고등학교 때 헤르멘 헤세의 데미안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한창 내면적으로 방황할 때라서 그런지 그 책을 읽고 더 큰 고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배경이 독일은 아니지만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정서와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고등학교 때 난 이 책의 주인공 게르버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다. 이 책을 통해 참 오랜만에 그 시절의 느낌이 떠올랐다.
오늘날에도 많은 학생들이 입시에 매달려 있고 또 힘들어한다. 안타깝게도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세상을 등지는 학생들도 있다. 그래서 수능 시험을 보는 날이면 이번에는 자살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기도한다. 이러한 입시와 관련된 문제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그것을 오래전에 쓰인 이 책을 보면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주인공 게르버와 다른 주변 인물들의 내면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그 묘사가 참으로 섬세하다. 특히 게르버의 내면 묘사는 너무나 탁월하여 읽다 보면 주인공과 내가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독일 문학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문장은 헤르만 헤세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가면 여러 가지 감정에 봉착하게 된다.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 사회는 촉법소년과 관련된 논란이 많다. 범죄는 물론 엄중히 다뤄져야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청소년기가 얼마나 불안정한 시기인지를 느끼기에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강하게 다루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탈선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나도 어느새 청소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참 좋은 책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문장, 표현 등도 섬세하다 못해 매우 아름답다. 이런 책을, 이런 문장을 쓰고 싶어서 국문과에 갔었는데 새삼 창작 욕구도 샘 솟는다. 이 책은 독일 교과과정 선정도서라고 한다. 청소년들도 읽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부모들, 주변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수능 시험이 다가온다. 오늘도 고생하고 있을 학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